국산화장품 등 해외브랜드들, 가격인하에도 판매증대 효과 적다고 판단 종래가격 유지
당분간 화장품가격질서 재편은 예상되지 않아…대 중국수출 증가 효과도 기대 어려워

[데일리비즈온 임성수 기자] 중국당국이 고급화장품에 대한 소비세를 15~30%를 인하, 지난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 보름 남짓 지났으나 현지 시장에서 고급수입화장품의 가격에는 별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소비세인하에 따라 한국화장품을 비롯한 중국내 수입화장품들이 가격을 인하, 가격경쟁력 향상에 따른 수출증대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수입화장품을 주로 사용하는 중국의 중상류 소비층들이 가격이 다소 인하됐다고 해서 중국산 화장품으로 소비를 돌리지 않는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해외 화장품사들은 당분간 소비세 인하에도 고급화장품 값을 인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재정부가 고급화장품을 비롯한 화장품에 대한 소비세율을 전반적으로 인하조정,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중국 호남성 장사시를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19일 현재까지 수입화장품 가격에 별다른 변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세 인하정책에 가장 발 빠른 대응을 보여 온 프랑스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은 조정안 발표당일 만하더라도 적극적인 가격인하 움직임을 보였으나 16일 현재까지 단 한 품목도 가격을 인하조정하지 않았다.

고급화장품이 많은 색조화장품 시장에서도 수입화장품가는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서는 수입화장품사들이 가격을 내려 판매증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가격변동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재정부의 소비세 조정내용을 보면 ‘1㎖당 10위안, 1장당 15위안 이상’의 제품은 고급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예컨대 2.5g의 립스틱 판매가가 340위안인 경우 고급화장품에 해당한다.  고급 화장품 범주의 선두에는 립스틱, 파운데이션, 아이브로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개당 10
위안을 초과하는 제품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겔랑, 입생로랑 등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내렸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고 있다. 로레알은 지난여름에 케이스 무게를 175g에서 130g으로 25.7%를 줄였지만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케이스의 경량화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종전과 동일하다.

북경 왕푸징 백화점 SK-Ⅱ 매장에서는 16일 5g 용량 아이크림이 개당 730위안에서 590위안으로 가격을 19.2%나 내려 판매했다. 소비세 영향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매장 판매원은 “이는 소비세 정책과는 무관하며 이 가격 인하는 이미 2개월 전에 결정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소비세인하에도 고급화장품 판매가가 내리지 않는 것은 중항동가(中港同价·대륙과 홍콩의 가격을 동일하게 맞춘다는 뜻) 방침과 세금이 가격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세금이 상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원인이라 계속 말해 왔지만 실제 제품 정가에 미치는 주 원인은 브랜드 파워, 시장 유통 전략 등이기 때문에 수입화장품사들이 가격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에는 연구개발, 광고 등 다방면의 비용이 고려되므로 그중 세수는 아주 작은 인자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브랜드들이 그동안 화장품가를 조정하는 경우 대부분 ‘중항동가방침’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에스티로더, 라메르, 크리니크 등 해외 브랜드들이 지난해 6월 수입화장품에 대해 관세 하향 조절시 가격을 조정했지만 관세나 소비세 등 세금인하로 가격을 즉각 조정하는 경우는 드물어 중국재정부의 소비세인하에도 현지 화장품시장에서 가격질서가 재편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화장품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감안할 때 “국산화장품이 중국소비세 인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대 중국수출의 크게 늘어나는 효과는 당분간 기대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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