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차륜·차축·열차 연결기 등 10개품목 형식승인 실시
박건수 과장,"철도부품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

[데일리비즈온 김영도 기자] 국내 철도부품 산업이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교통당국이 그 첫 사업으로 철도용품에 대한 형식승인을 처음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국내 철도차량 시장규모는 연간 약 1조원, 철도부품 시장은 약 7천억원으로 국내 철도산업이 내수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정부 발주에만 의존하면서 성장의 한계점에 부딪혀 기술 경쟁력이 요구돼 왔다.

국내철도부품산업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형식승인이나 공신력있는 기술인증제도가 미흡해 해외시장진출이 어려웠다.

철도기술관계자들은 우리의 철도부품산업이 120년이라는 장구한 철도의 역사와 고속철도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도 아직은 해외시장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토교통 R&D 철도분야 기술수준을 조사한 결과, 기술개발 능력은 세계 6위 수준으로 독일ㆍ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한국, 중국 순으로 평가됐다. 독일과 일본에 비해 4.6년이라는 기술격차가 따른다.

전반적인 철도차량 기술은 높은 편이지만 신호ㆍ제어, 관리비용 저감, 에너지효율화 등 고부가가치와 첨단기술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철도용품 형식승인도입을 둘러싼 논란

철도당국은 철도부품의 해외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우선 형식승인제도를 확대실시키로했다. 국토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주요 철도용품 10개 품목에 대해 형식승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형식승인 철도용품으로 선정된 10개 품목은 ▲차륜 ▲차축 ▲열차 연결기 ▲보통 레일 ▲접착 절연 레일 ▲PSC침목 ▲전자연동장치 ▲AF궤도회로장치 ▲자동폐쇄제어장치 ▲전차선이다.

그동안 철도산업계는 철도용품 형식승인 도입시기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은 국내철도부품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되는 만큼 시행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형식승인 도입에 따른 비용 지출과 기술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철도용품 특성상 20년 이상의 수명을 갖고 있어도 품질안전 제도가 미흡하고 최저가 낙찰제, 표준화 미비, 차량제작사 종속구조 심화 등으로 원활한 부품공급과 사후관리가 어려워 저가의 저품질 중국산 부품의 확산 등 철도안전과 차량품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기술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해도 공신력 있는 인증이나 기술적용 사례가 없어 이미 선점한 기업이나 발주처의 배타적 장벽에 부딪혀 결국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국내 적용 사례가 없는 제품을 받아줄 곳은 만무해 대안이 요구돼 왔다.

이외에도 형식승인 시행에 앞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시장환경에서 자국 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주요 난제로 떠오르면서 국토부는 형식승인 시행시기를 놓고 업계의 반응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2011년 철도용품 형식승인 품목 지정에 대한 국가 R&D를 통해 애초 예상했었던 49개 품목에서 41개 품목으로 선정했지만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우선적으로 10개 형식승인 품목으로 지정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인증하도록 한 것이다.

국토부 박건수 철도운행과장, 형식승인 '일석이조 효과'기대

박건수 국토교통부 철도운행과장은 이에 대해 “철도용품 형식승인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기술종속화를 방지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철도운행안전과 박건수 과장

그는 철도용품 형식승인을 통해 철도 운행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제작사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철도기술이 해외시장에서 주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국토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세계 철도차량 시장규모는 70조원, After Market은 73조원으로 기술집약적인 철도시스템 시장까지 더하면 242조원으로 추정되지만 거대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미친다.

우리는 세계시장을 보다 확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의 철도기술 개발능력은 세계 6위 수준으로 선진국과 격차가 4.6년에 불과하다. 기술력을 보다 끌어올리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철도당국이 철도부품산업의 해외진출확대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박 과장은 “철도차량산업 육성을 위해 1단계로 오는 2020년까지 경쟁력 강화와 저변 확대에 주력하고 2단계로 2030년까지 철도기술의 고도화 및 세계화에 집중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혔다.

1단계로 첨단 고부가가치 차량개발 등으로 고속차량 제작사를 집중 육성하고 전동차 시장 참여유도 등 차종별로 특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형 첨단신호시스템 KRTCS 상용화하고 22개 부품 아이템을 선정해 부품 강소기업 육성으로 시장개척과 산업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품질안전 인증을 통해 적정대가 지급제도 개선, 관련주체별 역할 및 책임강화 등 시장구조의 투명성을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2단계 전략으로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철도차량의 글로벌 거점화를 확대해 세계 5대 고속차량 제작사를 육성하고 차량과 신호를 패키지로 상품화시켜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월드베스트 부품 50개를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전문정비업체와 전문리모델링 업체를 중심으로 세계 After Market 시장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해외수주 5위를 목표로 삼았다.

박 과장은 또 “이를 위해 차량제작사, 부품업체, 정비업체, 운영사, 대학, 연구기관 등 철도차량산업 관련주체를 폭넓게 참여시키는 가칭 ‘철도차량산업발전 협의체’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철도차량산업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전경 이미지

국내 철도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로 철도 인프라 확충 보다 유지 관리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으로 내수시장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탈출구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철도차량의 독점체제는 부품사와 종속적인 공급형태로 발전되면서 최저가 또는 적정가 이하로 단가를 매겨 기술력 저하 및 가격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내수시장은 악화되는 반면 고품질을 확보한 해외 철도용품 시장진입은 용이해지는 역차별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철도용품 형식승인제도를 통해 이러한 난제들을 우선적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이지만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는 아직까지 미온적으로 아직까지 형식승인을 신청한 기업 없이 문의만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찬경 형식승인팀장은 “형식승인은 철도용품 기술기준에서 정한대로 제작자가 적정하게 설계했는지 설계 적합성을 판단하는 검사와 제작자의 품질관리체계에 대한 제작자 승인기준을 통과해야만 인증받을 수 있다”고 형식승인 절차에 대해서 설명했다.

특히 설계 적합성 시험의 경우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기술 공개를 꺼려했던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배타적 장벽이 되겠지만 자국산업 보호측면에서는 상당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팀장은 “ISO, IEC, EN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격을 기술기준으로 적용했으며 제작자가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보유한 경우 일부 시험이 면제된다”고 말했다.

형식승인을 취득하기 위한 수수료는 2천만원에서 3천만원의 비용이 예상되지만 이미 공인된 인증기관에서 시험받은 항목에 대해서는 시험을 면제해 형식승인 수수료가 일부 감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또 “기업의 입장에서 형식승인을 받기 위한 비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내구성이나 피로성 시험의 경우 6개월 정도 소요되고 춘하추동 사계절 시험의 경우 1년 이상 걸릴 수 있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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