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이 어두워 금융감독원 규정과 단속은 개의치 않아…장기적으로 고객이탈 가속화 요인

▲ 하나금융 금정태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하나은행과 거래하는 개인 및 기업고객들은 창구직원들의 교묘한 꺾기 강요로 이 은행과 더 이상 거래하기 싫을 정도로 고달프다. 심지어 하나은행은 거래 중지된 계좌를 복구하려는 고객에게 자동이체나 적금통장 개설을 권유하는 일종의 꺾기성격이 짙은 부당한 ‘꼼수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신용대출을 강화하라는 정부의 중소기업금융 지원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대출을 강요하는 등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문턱을 높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하나은행 대출창구에서는 주로 중소기업대출을 취급할 때 해당 기업 또는 대표이사의 명의로 예금을 수취하고 2~12영업일 이내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서 당일 또는 5영업일 이내에 추가로 별건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다른 시중은행과는 달리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일정 금액을 강제로 예금하도록 하는 이른바 꺾기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김정태 회장이 규정을 어기더라도 영업을 극대화하면 된다는 식의 빗나간 경영방침과 내부기강이 해이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의 꺾기 관행은 하나은행이 유별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지난해 상반기 3대 금융지주와 계열 은행을 대상으로 꺾기 관행과 관련한 테마검사를 진행한 후 최근 내놓은 제재 결과를 보면 대부분 금융지주와 은행이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수준의 경미한 조치를 받은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두 건의 개선사항을 지적받았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에 이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꺾기로 볼 수 없다. 은행감독업부 시행세칙은 대출 시행 이전에 수취한 예금 등을 담보로 해서 그 담보가능금액 범위 내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경우는 꺾기 행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하나은행의 이런 행위가 꺾기 행위 금지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사실상 꺾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따라서 예금담보 대출에 대한 꺾기 행위 예외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하나은행은 또 중소기업이나 개인고객에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방카슈랑스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1개월이 지난 후 이 상품에 질권을 설정했다. 하나은행은 신용대출에 의한 대출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을 해주면서 보험에 가입토록한 후 이 보험을 담보로 잡은 것이다.

금감원은 이 역시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하나은행에서만 성행하는 조건부 대출관행이라면서 이를 개선토록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증권의 성격과 가입목적 등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앞으로 보험증권에 대한 담보운용기준과 절차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고객을 짜증나게 하는 하나은행의 불합리한 꼼수영업은 이밖에도 많다. 하나은행은 거래중지계좌를 해지하거나 복구하려는 고객에게 자동이체나 적금통장 개설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K모씨는 오랫동안 거래가 중지된 하나은행 통장을 복구하기 위해 서구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을 찾았다. K씨는 창구직원에게 중지된 계좌를 살려달라고 하자 직원은 “자동이체를 하든가 적금을 들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창구직원은 자동이체에 따른 은행의 수수료수입이나 예금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K모씨는 회사영업상 창구직원 스스로가 알아서 이 같은 조건을 다는 줄 알고 그냥 복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창구직원은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며 하려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식의 태도였다. 하나은행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펴는 것까지는 좋으나 이로 인해 다른 경쟁은행과는 달리 고객을 경시하면서 불편을 주는 배짱영업자세는 고객이탈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인 은행이 어떻게 고객들에게 이런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분노를 느낀 K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부당한 꼼수영업문제는 한마디도 언급치 않고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자 금감원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감원은 “예금계좌가 불법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 계좌개설이나 미사용 계좌 복구 시 본인확인 절차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다.

모 언론사가 금감원 측에 하나은행의 위법성 영업행위에 대해 질의하자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인 K씨에게 건성건성 답변한 것과는 달리 “거래중지계좌 복원을 이유로 계좌이체나 적금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행위다. 사실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이 이같이 부당한 영업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장기 미사용으로 인한 거래중지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개설 요건을 강화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이 이 같은 정책을 기회로 삼아 고객들에게 급여·공과금 이체 등 부수거래나 적금 등 금융상품 가입을 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들 고객을 유치할 경우 은행은 고객 확보는 물론 수수료 수익, 직원 개인의 실적 등으로 연결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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