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 감사위원에 조인근 청와대 비서관 선임…내년 초까지 금융계에 낙하산 인사 줄 이을 듯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국민혈세를 탕진하고 가로챈 책임을 묻기 위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사태는 낙하산인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금융공기업이나 금융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문성을 결여한 낙하산 인사가 산업은행 회장직을 맡았다가 무능과 무책임 경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망친 ‘홍기택 사태’는 그 폐해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낙하산은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홍 전 회장은 재임 시에 계열사인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나머지 남상태 전 대우조선사장 등이 분식회계를 해 가면서 국민혈세를 탕진해 국민과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지웠다. 

그런데도 홍 회장은 대우조선사태가 발생하자 자금지원을 논의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신은 따르기만 했다는 한심한 변명을 늘어놓아 비난여론이 높았다. 그는 책임경영이 무엇인지, 계열사는 어떻게 관리·감독해야하는지에 대한 기본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줄을 타고 낙하산으로 앉아 엉터리 경영으로 대우조선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

결국 낙하산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을 망쳐 국민경제와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 전문성을 결여한 낙하산 인사는 절대 안 된다는 노조 등의 주장이 이래서 한층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도 민간금융회사나 금융기관에는 현 정부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끊임없이 투하되고 있다.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에도 낙하산인사는 잇따를 전망이고 노조는 더욱 강력히 반발한 기세여서 금융권이 또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한국증권금융의 임원들이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업무를 감독하고 감시하는 입장에 있는 감사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말할 나위없다. 그러나 금융 분야 경력이 태무한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29일 한국증권금융의 신임 감사로 선임돼 됐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열어 다음 달 초 임기가 끝나는 한규선 감사위원 후임으로 조 전 비서관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 전 비서관의 감사 선임설이 최근 제기됐고, 한국증권금융 노조는 금융 경력이 전혀 없는 조 전 비서관의 선임을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의 감사 선임이 현실화됐다.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조 전 비서관은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증권금융에 앞서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한카드 등이 잇따라 금융 당국 고위직 출신이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영입(?)했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의 낙하산 인사 후유증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임명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이은태 신임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지난 6일에 그의 출근 저지 운동을 펴며 강하게 반발했다. 거래소 사옥 1층 로비에는 ‘낙하산 인사 폭탄, 추락하는 자본시장’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거래소에는 지난해에도 금융위원회 출신 이해선 시장감시본부장이 부임해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캠코도 낙하산인사논란으로 무더위만큼 뜨거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친박‘ 인사로 알려진 송창달 그린비전코리아 회장이 지난 4일 을 비상임 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당시 나기상 전국금융산업노조 본부장은 “대우조선 부실의 근원이 낙하산 인사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공기업에 또 낙하산을 보낸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캠코 지부와 논의해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밝혔었다.

금융감독권을 내세운 ‘금피아’의 민감금융사 진출도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고래를 들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이석우 전 금감원 국장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이 감사는 금감원 재직 중이던 2014년 대구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스스로 물러났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통과한 금감원 출신 4급 이상 퇴직자 32명 중 16명(50%)이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롯데카드 등 금융사에 취업했다.

금융계는 현 정권이 레임덕이 심화되면서 앞으로도 금융계에 보은성 낙하산인사가 더욱 많아 질 것으로 보이면 금융사들의 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을 전후해서는 정권말기의 기강해이와 감독소홀을 틈탄 ‘금피아’ 낙하산이 피크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계의 금융산업은 물론 금융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는 근절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금피아’를 포함한 정부, 정치권이 자기사람을 심기 위해 국민여론을 무시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는 한 금융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관치금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금융개혁은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짙다. 낙하산인사가 늘어온데 따른 조직의 위화감과 효율저하는 금융사의 비용을 증대시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낙하산 인사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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