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농민 생존권 위협” 강력 반대 VS 군산발전포럼 “지역정치권 스마트팜 유치 나서라” 촉구

▲ 새만금 조감도(사진 새만금 개발청)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LG CNS가 추진 중인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을 놓고 농민단체와 일부 지역포럼이 정반대의 행보 속에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대기업 LG CNS의 스마트팜 사업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골목상권 침탈행위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군산발전포럼 같은 곳은 새만금 스마트팜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LG CNS측은 스마트팜 사업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반발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사업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LG CNS 측은 최근 낸 입장 자료를 통해 “첨단 농업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농민단체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철회할 계획은 없다”라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극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LG CNS가 스마트팜 사업을 벌이는 날이면 수많은 농민들은 그 날로 삶의 터전을 잃고 만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LG CNS가 스마트팜 단지를 구축해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대량생산하게 되면 국내 주요 시설원예 작물의 수출 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한 해 토마토 수출규모는 약 3,500톤인데 50ha 규모의 LG CNS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를 재배할 경우 연간 생산량은 1만5,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내수 및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까지 진출할 경우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폭락 사태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LG CNS가 수출만 해 농민들에게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LG CNS가 생산 물량을 모두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농가의 수출 지역과 중복된다면 수출가격 폭락에 따른 시장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들이 한사코 LG CNS의 스마트팜 사업에 반대 기치를 더욱 높이 든 것은 ‘대기업공포증’ 때문이다. 많은 농민들은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해당 농업은 그 즉시 초토화되고 만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FTA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는데도 대기업들이 농업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곧 자신들의 삶터마저 빼앗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 실례로 3년 전에도 LG팜한농(당시 ‘동부팜한농’)은 경기도 화성시 화홍지구에 2012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유리온실을 준공했으나 농민 반발로 사업이 무산됐고 유리온실은 헐값으로 팔린 경우를 들 수 있다. 출발은 야심차게 시작됐지만 끝내 동부팜한농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농민단체 반대로 좌초되고 그 뒤 동부팜한농은 유리온실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반대 운동을 주도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은 동부팜한농이 손을 들자 온라인에 이런 사실을 “한농연 주도 농권운동의 소중한 성과”라며 “다른 재벌의 부당한 농업 진출에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게시했다.

농민단체들과는 달리 일부 사단법인들은 LG CNS의 스마트팜 사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군산발전포럼은 17일 전라북도와 군산시, 지역정치권이 새만금 스마트팜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군산발전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LG그룹에서 새만금에 세계적인 ‘스마트팜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며 “스마트팜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FTA의 파고를 넘어서 세계시장에 우리 먹거리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현해야 할 기술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만금에 76㏊(23만평)의 스마트팜 단지를 건설하려는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기업인 LG CNS의 투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단지가 조성될 경우 새만금이 전통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미래 산업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물론 새만금 농업용지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군산발전포럼은 “하지만 이러한 혁신사업이 농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소자본, 소규모 영농인들로서는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반가울 리가 없지만 이번 사업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기업의 영농기술개발과 관련 제품 수출이 핵심인데 마치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처럼 나쁘게 호도되면서 LG측이 사업철회를 검토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표했다.

LG CNS측은 농민단체의 반반과는 달리 농민들에 대한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농산물 시장 진출이 아니라 스마트팜 기술 및 설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스마트팜 단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전량 해외에 수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팜 단지 중 20ha를 일반 농민들에게 개방해 농민 참여를 보장하겠다”라며 농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다 지난달 22일에는 전북도의회까지 나서 ‘LG의 농업 진출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LG CNS의 스마트팜 사업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통해 시설 자재와 센서, 네트워크, 제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LG CNS의 꿈이 과연 이뤄질는지가 주목된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작물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하는 ‘첨단 농장’이다. 세계적인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팜 설비 및 기술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스마트팜 설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이미 22조원에 달했고 2020년에는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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