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구매력으로 매출 ‘쑥’…패션·뷰티업계 중년남성 잡기 위한 ‘아재 마케팅’ 대세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아재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남성들이 자기관리와 문화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기 불황에도 남성 패션, 화장품 등 관련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50 꽃중년들이 늘면서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매력적인 중년남성을 뜻하는 ‘아재파탈(아저씨+매력적인 남성을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외모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남성들을 합친 ‘므네상스(남성+르네상스를 뜻하는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면서 자신을 위해 투자와 시간을 아끼지 않는 중년 남성들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2030세대의 소비가 급격히 하락한 상황에서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이들은 멋스러우면서 세련된 중년으로 젊은 층 못지않은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발소 보다는 미용실을 선호하고, 세안 시 비누가 아닌 클렌징 폼을 사용한다. 세안 후에도 스킨과 로션을 바르는 것은 기본이고 남성들의 피부에 맞춘 고기능성 에센스와 수분크림도 빼놓지 않고 바른다. 외출 시에는 꼭 전용 BB크림이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향수도 즐겨 뿌린다.

일주일에 2~3회씩 마스크팩도 필수다. 피부관리를 위해 전문 스파를 찾거나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두피관리실을 찾는 것도 낯설지 않다. 나이 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보톡스나 필러 시술, 주름제거 시술에도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중년 남성들이 패션과 뷰티업계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백화점과 오픈마켓 등 유통업계에서는 중년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아재시대’ 기획전이나 남성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아재들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0~50대 남성고객 상품군별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화장품 9.3%, 향수 11.1%, 해외패션 13.2%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판교점에 ‘현대 멘즈관’을 열었다. 2013년 무역센터점에 이은 두 번째 남성 전용 매장이다. 판교점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남성 쇼핑객의 만족도를 높인 점이다. 6층을 체험공간이 풍성한 남성관으로 꾸미고 층마다 남성 쇼핑객을 유인할 요소를 배치했다. 고급 이발소인 ‘마제스티’를 통해 미용실은 꺼려지고 사우나 이발소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남성을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패션매장 ‘클럽모나코 맨즈샵’에 들어선
바버샵 ‘헤아’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난 2월 문을 연
남성 전문 쇼핑 공간 ‘멘즈 살롱’ 내 ‘멘즈 라이브러리’.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본점 5층에 ‘바버숍(Barbershop)’과 의류매장을 결합한 ‘클럽모나코 맨즈숍’을 오픈했다.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남성고객을 모으기 위해 기획했으며, 남성의류, 잡화, 셰이빙, 머리 용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맞춤 스타일 상담과 이발, 습식면도와 두피나 숙취 해소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클럽모나코×바버숍’을 선보였다. 지난 2월 증축을 통해 기존 남성전문관을 발전시킨 ‘멘즈 살롱’을 열었으며, 남성 패션 제품뿐 아니라 고급 사무용품, 피규어 등 취미생활과 여행에 필요한 제품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

‘멘즈 살롱’은 지난 2월 말 리뉴얼 오픈 이후 세 달 동안 두 배에 가까운 91.2%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남성들이 직접 구매하는 남성 매출구성비 역시 2015년 37%에서 리뉴얼 이후 50%로 늘어났다.

다른 이가 골라주는 옷 대신 직접 지갑을 여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현대홈쇼핑은 올해 상반기 남성용 의류를 구매한 고객 중 남성의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증가했다. CJ오쇼핑 역시 올해 상반기 남성용 의류를 구매한 고객 비중이 전년 동기대비 14% 정도 늘었고, 재킷이나 팬츠, 셔츠 등의 매출이 2~3배 증가했다.

▲ 11번가 아재시대 기획전

오픈마켓 11번가가 올해 1분기 40~50 남성들의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브랜드 잡화(82%) ▲건강식품(61%) ▲수입명품(51%) ▲화장품·향수(50%) ▲신선식품(44%) 순으로 높은 증가율이 나타났다.

이는 ‘가치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50대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이들은 트렌디한 패션잡화부터 최신 스마트 디지털기기, 걸그룹 앨범 등 본인이 원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실제 11번가에서 올 1분기 40~50대 남성구매자의 거래액은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40~50대의 피부, 미용 관련 카드 사용액은 각각 35.3%, 41.7%나 증가했다. 일부는 이마 주름, 처진 눈꺼풀 등을 개선하기 위해 성형외과 시술을 받기도 한다.

한국 남성화장품 시장은 약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로 세계 남성화장품 시장의 소비 1위 국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은 2012년 13.1%, 2013년 7.5%, 2014년 7.2% 등으로 연 10% 안팎의 성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트렌디한 패션 감각, 철저한 자기관리, 젊은 마인드로 자신을 가꾸는데 아낌이 투자하는 중년 남성들이 신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맞물려 남성 소비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아재들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050 남성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 공간 마련을 비롯해 의류나 액세서리, 화장품 등 관련 제품의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SK플래닛,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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