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K-뷰티’ 밝은 성장전망에 ‘묻지마’식 투자열기…코스온 등 화장품사 중국과 잇따라 투자계약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려는 중화권 기업이 급증하면서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K-뷰티’에 투자하는 중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을 향한 ‘차이나머니’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

▲ 지난해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불붙기 시작한 중국의 해외 M&A는
올 들어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해 1분기의 규모가
이미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의 연간 전체 실적에 육박했다.

블룸버그 통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해외기업 M&A 건수는 860건으로 전년 대비 6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105.5% 늘어난 1,592억 달러(183조3,984억원)로 집계됐다.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사상 최대 수치다.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 건수는 지난해 33건으로 전년의 3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거래규모는 128% 늘어난 19억3,000만 달러(약 3조726억원)를 기록했다.

부동산, 금융, 보험, 엔터테인먼트, IT, 헬스케어, 애니메이션, 패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방면에서 중국 자본의 기업 쇼핑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차이나머니’가 국내 화장품 시장에 대거 밀려들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21일 중국 대형 로컬화장품 브랜드인 ‘한후 화장품’에 연간 170억원 규모 기능성 화장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두 배에 이른다. 화장품 유통매장인 왓슨스(Watsons)의 최대 벤더인 중국 중상그룹과도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0년 설립된 아리바이오는 신약 개발을 모태로 기반 기술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음료 등을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창업 5년 만에 국내외 특허 59건, 특허출원 89건 상표등록 23건 등 217건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코스온은 지난 15일 중국 화장품 전자상거래업체 ‘위자후이’와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계약을 맺었다. 위자후이는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코스온의 화장품과 마스크팩을 중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각자 안정적인 공급원과 납품처를 확보하게 됐으며 향후 다양한 제품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위자후이는 중국 샤오미와 중국국가개발위원회가 투자한 기업이다. 2014년 말 독자 브랜드 위니팡이 현지 마스크팩 시장에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하루 1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도 강점이다.

리더스코스메틱도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기업인 ‘위자후이’, 중국 홈쇼핑그룹인 ‘콰이러꼬우’와 각각 유통 관련 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잇츠스킨은 지난 21일 중국 내 7,5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패션기업인 ‘썬마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체결했다. 신설법인의 사명은 썬마-잇츠스킨 유한공사(가칭)로 납입 자본금은 약 100억원 수준이다. 잇츠스킨은 새 화장품을 개발하고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한불화장품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한다.

또 잇츠스킨은 지난 4월 중국, 홍콩을 기반으로 한 거대 유통기업인  ‘뉴월드그룹’과 유통망 설립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뉴월드그룹이 국내 화장품 회사와 체결한 유일한 유통 계약이다.

넥스트아이는 지난 2월 ‘유미도그룹’이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최대주주를 유미도 그룹으로 변경하고 바이오, 화장품, 전자상거래를 신규 사업에 추가했다.

유미도그룹은 지난 2002년 설립된 화장품, 피부 미용 등 여성의 건강과 미용에 집중된 뷰티 사업 전문 기업이다. 자체 화장품 연구개발 센터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내 약 4,000여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자본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과 손잡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대륙의 입김도 덩달아 세졌다. 중국정부가 최근 ‘저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구호를 내걸고 해외 투자를 장려하면서 최근 중국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중국의 거침없는 해외 M&A 최근의 특징과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해외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기업 내부의 전략적 요구 ▲외부의 유리한 거시환경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유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성장둔화와 치열한 시장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에게 해외 M&A는 단시간에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경쟁자를 추월하는 지름길이자 과잉생산 능력을 해소하는 돌파구이다.

중국기업의 글로벌 M&A에서는 최근 들어 새로운 패턴과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대상국은 자원국 중심에서 기술선진국으로 전환됐고, 소비고도화와 인터넷 플러스 등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 중인 TMT(기술·미디어·통신) 산업이 해외 M&A의 주요 산업영역으로 떠올랐다.

▲ 해외 M&A 중국기업의 경우 기술, 지적재산권과 브랜드 확보를 위한
투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BCG가 2014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해외 M&A를 실행한 중국기업들의 경우 기술, 지적재산권 및 브랜드 확보를 위한 투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에 대한 갈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커지는 영향력만큼이나 중국의 ‘기업사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에 대한 인수 건수가 전년보다 3배 폭증하는 등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지속되면서 자본잠식, 기술유출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해외 M&A를 통해 빠른 시간 내 기술력 향상과 시장점유율 확대가 이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션지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술력이 높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한국기업들에 대한 M&A 공세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기업들의 해외 M&A와 기술 추격은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기업들의 M&A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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