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행계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목소리
-라임 사태·코로나19 확산에 방카 비중 높아져
-전업 생보사 난색 표명…보험 생태계 영향 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하고 최근 신한생명과의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금융지주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향후 지속적으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사진은 신한생명 사옥.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하고 최근 신한생명과의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금융지주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향후 지속적으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사진은 신한생명 사옥.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보험업계의 해묵은 이슈 방카슈랑스(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사와 제휴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규제 완화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라임 사태 여파로 비이자부문 수익이 감소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방카슈랑스에 주목,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 역시 동조하고 있다. 반면 전업 생명보험사의 경우 시장질서 붕괴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현행 방카슈랑스 제도의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방카슈랑스 제도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사와 제휴해 판매 자격을 가진 직원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방식으로 상품 판매 비중, 영업 인원, 상품 종류 등을 제한한다.

특정 은행과 같은 계열의 생명보험사 상품이 집중돼 판매될 경우 시장질서 문란과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안내받을 가능성이 제한받게 될 것을 우려해서 취해진 조치다.

현행 방카슈랑스 제도는 특정 보험사의 신규 판매액을 전체 액수의 25%로 제한하고 있으며 영업 인원은 2명으로 제한한다. 아웃바운드 영업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부터 은행계 생명보험사들과 은행권에서 수익 확보 차원에서 꾸준하게 규제 완화를 요청했으나, 형평성 문제 등의 부딪혀 무산됐던 사안이다.

최근 은행의 비이자부문 수수료 수익 비중에서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의 여파로 비이자부문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방카슈랑스가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라임 사태 여파로 사모펀드 영업이 위축되자 창구 영업으로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 단순 규제 완화 아닌 생존의 문제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 대면 영업이 제한되면서 방카슈랑스를 통한 보험 상품 가입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올 1월부터 5월 말 기준 국내 전체 24개 생명보험사가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보험 가입 신규 고객이 첫 달에 내는 보험료)는 총 2조 2241억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 비중에서 77%를 차지했다. 또한, 전년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생명보험업계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비중을 줄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행권과 금융지주계 생명보험사 요구는 ▲특정 보험사 신규 판매액 비중 33% 이내 상향조정 ▲영업점별 보험 판매 인원 제한 철폐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 허용 등이다.

이 같은 요구에 전업 생명보험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7년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 당시 숱한 갈등 빚다가 규제를 조건으로 도입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번 규제가 완화될 경우 향후 규제 완전 철폐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따른 공정 시장 경쟁질서 저해 및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은행권에선 “보험사들이 우려하는 판매 비중 제한 완화 등에 따른 시장 경쟁질서 저해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특정 보험사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 같은 규제가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은행권과 금융지주계 생보사들의 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올 4월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하고 최근에는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했다. 금융지주가 보험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규제 문제는 전업 생명보험사와 금융지주계 생명보험사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단순히 매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보험업계의 지형도가 변할 수 있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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