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4세, 임원 승진…경영 승계 본격화

박용학 상무는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의 장남이다. (사진=샘표)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그룹의 자식사랑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그룹의 자식사랑이 5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너4세가 입사한지 단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승계구도에 올랐고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5대 손자까지 지주사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 이 회사는 박용학 당시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이 입사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비등기 임원으로 등재됐다. 박 상무는 샘표식품 지분 0.03%를 보유했다.

2018년 1월 주요 계열사인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으로 입사한 박 상무는 경영 수업 2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78년생인 박 상무는 다른 업체에서 경험을 먼저 쌓았다. 통상적인 오너 일가 자제의 입사시기보다 늦게 아버지가 오너인 회사에 입사했다.

샘표그룹의 핵심은 식품 발효 기술이다. 박 상무는 회사의 기술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아왔다. 박 상무는 입사한 해에 샘표를 대표해 발효 관련 식문화 강연에 얼굴을 비추며 경영 수업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샘표는 그간 장자 경영 승계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업계에선 박 상무가 아버지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장남으로서 경영승계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샘표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진=샘표)
샘표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진=샘표)

◇어린 5대 손자까지 독보적인 존재감

이에 앞서 샘표는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박 회장은 샘표 지분 34.05%를 소유하며 그룹의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박 상무는 2대 주주다. 3월 기준 박 상무는 12억1445만원을 들여 샘표 주식 5만306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서 박 상무는 지분 6.58%을 소유하게 됐다. 지주회사인 샘표는 샘표식품, 양포식품, 조치원식품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샘표의 지주사 전환은 박 회장의 경영 승계 물밑작업으로 보인다. 지배력을 확대한 박 회장이 장남을 상무로 초고속 승진시킨 것도 승계 구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70세인 박 회장이 지분을 증여하게 되면 박 상무는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 승계 작업을 완성시킬 수 있다.

이 가운데 박 회장의 장손 박준기 군(8세)과 손녀 박현기 양(4세)이 지주사 주주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장손과 미취학 아동인 손녀는 오너 일가로서 약 2억7000만원 어치의 샘표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소식은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의해 알려졌다.

이 둘은 오너 5세로 박 상무의 자녀들이다. 이들의 할머니이자 박 회장의 부인 고계원 여사는 2017년 12월 준기 군과 현기 양에게 샘표 주식 3만주씩 증여한 바 있다. 당시 박 군의 나이는 5세, 박 양은 1세에 불과했다.

이로서 5세 어린 오너들은 약 15억원대 자산을 가지게 됐고 회사 배당성향을 고려했을 때 내년부터 배당금도 1300만원 넘게 챙기게 된다. 이 같은 기록은 식품업계에서도 독보적이다. 박 군은 식품업계에서 미성년자 오너 중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샘표그룹의 어린 5대 손자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형적인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이라면서 “최근 기업들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샘표는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샘표 홍보팀 관계자는 박 상무의 경영 승계 가능성이나 박 상무 자녀의 주식 보유 등과 관련해 “입장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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