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희망

눈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눈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인공 망막 장치의 성능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임매순 박사팀은 16일 하버드 의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망막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른 인공 시각 신경 신호 변화 패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망막 변성 질환은 빛을 전기화학적 신경 신호로 변환해주는 광수용체 세포들을 파괴해서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이 병은 치료 약물이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덜 복잡한 각막, 수정체와 달리 망막은 복잡한 신경 조직이어서 이식이나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광수용체 세포 뒷단에서 뇌로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들은 살아남아 안구 내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인공 시각을 형성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인공 망막 장치는 망막 변성 질환으로 실명한 환자들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그러나 이식받은 환자마다 큰 성능 차이를 보이는데 그 원인을 알지 못해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착안한 키스트 연구진은 사람의 망막 색소 변성과 비슷한 양상으로 실명하게 된 유전자 조작 실험용 쥐에서 인공 망막 사용자 간의 성능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실험결과를 도출했다.

그간 정상 망막이나 심하게 질병이 진행된 망막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오긴 했지만 연구팀은 더 나아가 질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공 시각 신경 신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실험을 했다. 이 결과 망막 변성이 진행됨에 따라 전기 자극에 대한 신경 신호의 크기와 일관성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공 망막 장치는 일관된 신경 신호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가 알파벳 ‘K’를 계속 응시하는 동안에는 반복되는 전기 자극들이 모두 ‘K’를 의미하는 신경 신호를 형성해야 해당 글자를 인지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러나 변성 망막에서 일관성이 낮아지면 ‘K’를 바라보고 있어도 각각의 서로 다른 알파벳을 나타내는 신경 신호를 뇌로 전달해 글자를 인식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각 신경 세포에 동일한 전기 자극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발생하는 신경 신호가 서로 비슷한 정도를 알아봤다. 정상 망막에서는 신경 신호가 매우 비슷해 높은 일관성을 보였다. 이후 망막 변성이 진행됨에 따라 일관성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임매순 박사는 “변성이 많이 진행된 망막에서도 우수한 인공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 신경 신호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