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KB지주 이사회 적극 환수의지 부족 실망…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윤종규 회장, ‘국민사태’ 반성하고 개혁과 변화 다짐했지만 과거의 관행에 안주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KB금융지주는 재직 시에 ‘내분사태’ 등으로 은행의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켜온 어윤대·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그동안 지급을 보류해온 성과급을 지급키로 한 결정은 회사의 평판과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두 전임회장이 제기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만을 우려해 주주와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 전임 낙하산 회장과는 달리 국민은행 출신으로 내부사정을 잘 알아 회장으로 선임된 윤종규 회장은 임영록 전 회장으로 빚어진 ‘국민사태’를 수습하고 개혁과 변화를 통해 신뢰받는 국민은행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5일 “KB금융지주 전임 회장 성과급 지급 관련 이사회의사록 열람 결과”란 논평에서 이사회 논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일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KB금융지주 이사들 다수가 두 전직 임원으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이유로 성과급을 환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 평가보상위원회는 지난 2014년 4월 평가보상위원회는 어윤대 전 회장에 10억 5천4백만 원, 임영록 전 사장에 15억 8백만원의 장·단기경영성과평가(안)을 검토하여 통과시켰다. 그러나 2014년 9월 임영록 회장이 해임된 직후 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사회가 성과급 지급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최대쟁점은 두 전임회장의 재임 시 행위가 성과급환수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이사회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얻어 이들의 행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회사의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아 성과급 환수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지급을 결정했다.

과연 두 전임 회장은 국민은행의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았을까. 임영록 전 회장이 주전산기 채택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이권싸움을 본 많은 사람들은 국민은행의 내부기강과 신용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국민카드에 제공한 건과 관련하여 금감원으로부터 ‘퇴직자 위법사실통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앞서 어윤대 전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소위 ‘북경사태’), 이는 ISS에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으로 비화되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주의적경고상당’ 조치를 받았다.

누가보아도 상식적으로 성과급환수에 해당하는데도 KB지주 이사회에서 다수의 이사들이 성과급을 환수할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감액할 금액과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우며,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액 지급을 찬성하기에 이르렀다.

경제개혁연대는 KB금융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대다수 이사들은 당사자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법적 리스크만 우려하여 주주와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소홀히 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낙하산 CEO의 전횡, 그룹 내부의 권력 갈등, 사외이사의 자기 권력화 등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 출범하며 전면적인 혁신을 다짐했던 이사회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환수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세부 기준이 미비한 점은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는 평가보상위원회가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 손실발생, 법률 위반 등의 사항에 대해 환수 적용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환수기준이 “중대한 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 “회사의 신용과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경우” 등으로 매우 추상적이고 엄격하게 되어 있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환수 규정아래서 이사회는 평가보상위원회가 이미 결정한 성과급 금액을 전액 지급하던가 아니면 전액 취소하든가의 양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로 인해 감독당국이 경징계를 내리거나 해당 임원이 경과실을 범한 경우 이사회가 환수 금액을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으며 이번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두 사람에 대한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장애요인이 됐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환수 제도 운영을 위한 세부 기준이 미비상태인데 더해 KB지주가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기 어려운 형식적 규정으로 환수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방치해온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이번 이사회의사록을 살펴본 결과 “환수제도를 실제로 운영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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