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저질러도 부친 빽으로 최대주주 등극
-장남 아닌 차남에 지분 몰아준 조양래 회장
-장남과 차남 모두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조현범 사장 = 한국타이어)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사진=한국타이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비리로 재판 받는 아들에게 채찍 대신 당근

한국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그룹 수장의 아들 사랑이 각별하다. 최근 이 회사 조양래 회장이 본인이 소유한 회사 지분 전량을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넘겨준 것. 조 회장은 아들인 조 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그룹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회장이 비리 혐의를 받는 조 사장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지분을 몰아준 것에 대해선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본인 소유 지분 23.59% 전량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19.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조 사장은 42.9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19.32%)을 넘어서면서 그룹 최대 주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문제는 조 사장의 비리 전력이다. 조 사장은 불과 얼마 전 협력사에게 금품을 받는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추징금 약 6억원을 선고받으며 경영능력에 흠집이 생긴 인물이다. 지난달 조 사장은 재판을 의식했는지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회사도 이수일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바뀐다고 공시했다. 다만 조 사장은 등기임원직은 유지했고 지주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직도 유지했다. 경영에서 물러나면서도 급여와 배당은 챙기는 구조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105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2%넘게 줄어 1조4357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4%나 감소한 813억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임원직을 유지한 조 사장은 수십 억대에 달하는 배당금과 급여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상표권 거래 문제도 있다. 2018년 한국타이어는 계열사로부터 490억원이 넘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이는 업계 평균을 감안해도 높은 편에 속한다. 형제가 각각 20% 넘는 지분을 소유한 시스템 업체 엠프론티어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분에서 동생에게 밀린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 = 한국타이어)
지분에서 동생에게 밀린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국민연금 뭇매에 ‘오너 3세’ 경영승계 악재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두 아들의 재판 문제 등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후계 구도를 조속히 완성하기 위해 블록딜을 통한 깜짝 지분 매각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장남 조 부회장의 행보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 불씨가 시작될 수 있다.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의 경우 회사 지분 10.82%를 소유했다.

공교롭게도 차남인 조 사장 뿐만 아니라 장남 조 부회장도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았다. 형제 모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유전무죄’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도 받았다. 형제 모두 비리 혐의로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추락시켰는데 굳이 따지자면 조 부회장의 형량이 더 적다. 1심에서 조 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았고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은 조 부회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이 내려졌다.

현재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대주주이자 향후 후계자로 점쳐진 조 사장이 유죄 판결에 이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기조를 보이는 국민연금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7%넘게 소유해 오너 일가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측은 재판 중인 3세가 최대 주주로 등극되는 등 오너 리스크로 인해 불거질 문제 등에 대한 해명 대신 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대 최재주주관련 변동은 있었으나 형제경영 등에 대한 변화는 없을 예정이다”라면서 “조희원 씨(차녀)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어느 한쪽 편도 아니라는 입장을 표했다”면서 “해당 내용이 회사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은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와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명을 각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했다. 타이어 외에도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는데 잇따른 오너 리스크와 매출 난항 등으로 사명 변경 이후 호조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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