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읽으려면 ‘쩐’의 흐름 살펴봐야

미국 대선에서 돈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돈’이다. 특정 후보의 자금력을 두고 흔히 슈퍼팩의 유무를 언급하는데, 슈퍼팩에서의 팩(PAC)은 곧 정치행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의미한다. 이는 특정 정치인 등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돈의 규모가 곧 선거의 판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실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 돈줄 시원찮은 트럼프 캠프

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는 2400개에 달하는 슈퍼팩이 약 18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을 모급해 약 11억 달러(1조4000억원)을 썼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한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이라는 단체 하나가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했을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슈퍼팩이 주도하는 과두제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 후보를 지원할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은 지난해까지 약 590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할 ‘미국우선’은 이보다 800만 달러 적은 약 51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사정이 좋지 않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돈줄의 흐름이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다. 실제로 17일에는 미국 공화당 출신 유명 인사들로 이뤄진 그룹이 조 바이든 후보를 위한 슈퍼팩을 출범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우파 팩’으로 불리는 이번 슈퍼팩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던 전국의 유권자들 가운데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돌아선 이들을 가려내 그들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을 찍으라고 설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으나 승패를 따질 때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불리하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으나 승패를 따질 때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불리하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 바이든 공화당 표심 공략 한창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 돌린 이들을 끌어모아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호소, 사실상의 트럼프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데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강성 진보가 아닌 중도 성향 인사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슈퍼팩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지 W.부시 행정부에 몸담았던 당국자들도 포함된다. 특히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격전지 유권자들을 집중적인 초기 공략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보수 진영 내에서도 친(親)바이든 결집 움직임이 주목된다. 고학력 백인층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하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 그룹도 지난달 출범한 상태이다.

흑인 최초 합참의장,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이 7일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등 범공화당 진영 내에 반트럼프 기류가 확산하는 가운데 대선 향배에 변수로 작용할 정도의 조직적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는 25일(현지시간) 시사 매체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입장을 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는 25일(현지시간) 시사 매체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입장을 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우군 이탈 원인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 이탈의 원인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지목되고 있다. 해당 사건의 파장은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으며 결국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탈 조짐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미숙한 대처가 전통적인 텃밭인 공화당의 표심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지난 1, 2일 1113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등록 유권자 중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48%에 그쳤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코로나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자들의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답변은 66%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화당 유권자 중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 3월 25%에서 6월 36%로 늘었다.

미국 내에선 바이든이 여론조사에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 공화당 지지층의 표심이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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