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할 최적의 인물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지난해 초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한결같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진 은행장의 취임 당시 “신한 문화를 향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할 최적의 인물”이라며 “SBJ법인장으로 일할 때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진 은행장은 1961년생으로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6년 후 신한은행으로 이직해 줄곧 신한맨으로 은행장까지 올랐다. 대표적인 ‘고졸신화 CEO’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업계를 대표하는 일본통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진 은행장이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법인장 등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 수장을 계속 맡으며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대주주와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만큼 신한은행장 내정 과정에서도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지지를 상당 부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온화한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등 그룹 내부의 신망이 두텁다. 그래서인지 당시 내부의 경영권 다툼을 둘러싼 ‘신한사태’ 및 ‘남산 3억원 사건’ 등으로 얼어붙은 신한은행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화할 적임자로 꼽혔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내부분위기를 결속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그러나 더욱 관심이 쏠린 부분은 지난해 3월 엎치락뒤치락했던 리딩뱅크 경쟁에서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을 압도하는 실적을 낼 지의 여부였다. 은행이 금융지주 계열사 중 순이익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양사 모두 리딩뱅크 경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진 은행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19년에는 KB국민은행의 승리였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조4391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의 2조3292억원보다 앞섰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분위기를 바꿨다. 올 1분기 신한은행은 62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836억원을 기록한 KB국민은행에 앞서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올해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동기보다 1.4% 성장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를 두고 진 은행장의 합리적인 글로벌 공약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진 은행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베트남, 일본 등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11개 해외법인 순이익 합계는 2378억원으로 전년대비 51억원, 2.2% 늘어났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성과가 돋보였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의 순이익은 1243억원으로 1년 동안 30.9%나 급증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리테일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순이자마진(NIM)이 높은 리테일 사업 부문의 자산성장이 순이익 증가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나아가 신한은행은 베트남 자본시장에서 증권, 부동산 투자 등 금융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베트남 현지 법인과 함께 종합 펀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자본 시장의 투자 자산 관리, 신탁회계,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가능해졌다.

이번 플랫폼 오픈으로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시작한 펀드 수탁업무의 영역을 확장, 베트남 자본시장에 진출한 국내 자산 운용사 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 자산 운용사 대상으로도 종합 펀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신탁회계 관련 노하우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통해 높은 수준의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법인인 SBJ은행도 해외 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SBJ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753억원으로 전년보다 16.1% 증가했다. 진 행장이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지냈고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인 SBJ은행이 출범한 후에는 SBJ은행 부사장, SBJ은행 법인장을 맡으며 그룹 내 일본통으로 평가받는 만큼 일본 현지 법인의 사업성과가 눈에 띈다.

신한은행 일본 법인은 디지털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SBJ은행의 디지털·정보통신기술 전문 자회사로 SBJ DNX를 설립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진 은행장의 임기 후반기에는 코로나19 악재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며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어려운 여건에 봉착해 있다.

진 은행장은 남은 임기 동안 글로벌부문 사업 강화를 비롯해 신사업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해 수익 기반을 넓히야 하는 주요 경영 과제를 안고 있다. 임기 후반기를 잘 마무리하면, 연임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진 은행장은 현재 매주 2~3시간씩 일정을 비워 디지털 담당 부장과 최신 동향을 토론하는 ‘특별 과외’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데이터 활용 등도 주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1~2년 뒤는 너무 늦다.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기를 앞당겨보려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예금·대출과 상품 판매 등으로 실적을 올려온 신한은행이 이번엔 데이터 사업화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일환으로 신한은행이 임직원 주도아래 ‘데이터 전문 벤처회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2일 내부 공문을 통해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 모델 확립과 시장 선도 지위 확보를 위한 발 빠른 대응’이란 제목으로 사내벤처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올해 하반기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가 예정돼 있는 등 데이터 활용 중요도가 높아지자 이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4월 은행권 최초로 ‘데이터 기반 자문 및 판매 서비스업’을 부수 업무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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