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운데 22일 LG화학 충북 오창 공장에서 정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연이은 배터리 회동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만난 자리에서 LG화학이 개발 중인 장수명 배터리 등 배터리 미래 기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특허 17000건 이상을 보유하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이와 관련된 규제도 나오고 있어 정 부회장 입장에선 품질 좋은 배터리 확보가 필수적이다. 배터리회사들의 글로벌 경쟁 못지않게 완성차 업체들 간 친환경차 부문의 세계 시장 점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양산할 예정인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는 차종은 현기차의 하이브리드 차종,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이번 만남에 앞서 삼성가와 현대가의 ‘배터리 회동’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LG는 현대가 이번 배터리 회동 이전에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삼성은 완성차 업체에 발을 담구면서 현대와는 경쟁 관계였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LG화학,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정 수석 부회장을 삼성SDI 천안 사업장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자사가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를 매개로 재계 1·2위 총수가 회동을 가진 것이다. 정 수석 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이 부회장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장기적인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만남으로 현대차의 ‘E-GMP’사업에 삼성 SDI가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LG화학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총수들 간의 만남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정 수석 부회장은 자체 배터리 생산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마침 국내 배터리 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국내 기업들 간 미래 먹거리를 매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쯤 정 수석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국내 4대 그룹 총수 간 ‘배터리 동맹’ 전선이 구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