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펀드 판매로 규제 피한 의혹

NH농협은행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사진=NH농협은행)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NH농협은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펀드를 판매해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통해 농협은행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이 OEM펀드를 투자자 수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 팔았다는 것이 쟁점이다.

법상으로 OEM펀드와 공모펀드를 사모로 쪼개 파는 행위 모두 위법으로 간주된다. 우선 OEM펀드가 위법인 이유는 간단하다. 운용사는 펀드를 운용하고, 증권사는 그 펀드를 판매하는데 OEM방식은 대개 판매사가 운용사에 펀드 제작을 주문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판매사의 입김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정작 돈을 굴리는 운용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점을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판매사가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번 경우는 농협은행이 최초로 금융당국의 타깃이 됐다.

펀드 쪼개 팔기도 논란거리다. 흔히 펀드에 참여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공모와 사모펀드를 구분하는데, 공모펀드의 경우 설정·판매·운용 등의 과정에서 강화된 투자자 보호규제를 적용한다. 따라서 펀드를 사모로 쪼갠다면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약화될 수 있다.

지난해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 사태 때도 판매사들이 투자자 보호 수위가 높은 공모규제를 회피, ‘동일상품 쪼개기’를 통해 사모펀드로 판매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DLS 사태로 홍역을 치른 증선위는 결국 지난해 말 위 두 사항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증선위의 입장은 투자자 보호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된 상품은 채권형이라 DLS처럼 위험하지 않다”며 “과징금 20억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밝혔다. 

반면 농협은행이 소급적용으로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처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이전부터 농협은행은 OEM펀드를 판매했다. 그러나 최근 DLS사태나 라임사태 등이 언제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선위의 판단이 도의적으로 크게 잘못됐다고도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때 농협은행의 반발은 결국 ‘업계 전반적인 관행이었는데 왜 하필 우리만 콕 집어서 처벌하느냐’는 투덜거림으로 비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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