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나선 RNA’ 검출 기반

각종 바이러스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사진=픽사베이)
각종 바이러스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항바이러스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감염병을 쉽고 빠르게 찾아내는 만능 진단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이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리섕·김유식 교수 공동연구팀이 바이러스의 특징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만능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팀은 감염된 세포의 용해액만으로도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핵산 증폭 없이 판독이 가능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특이적으로 존재한다고 알려진 이중나선 RNA(dsRNA) 검출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현재의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는 달리 시료 준비나 핵산 증폭, RNA 핵산 서열 정보가 없어도 된다. 이에 각종 바이러스 감염병이나 신·변종 바이러스를 쉽고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이나 키트(Kit)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RNA(리보핵산)는 일반적으로 DNA(디옥시리보핵산)가 가진 유전정보를 운반해 단백질을 생산하게 한다. 하지만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다양한 비번역 RNA가 존재한다. 이들은 세포 내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 조절, 그리고 RNA 효소적 작용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비번역 RNA들에 상보적인 핵산 서열을 가지는 RNA가 결합해 형성된 dsRNA는 특히 바이러스에서 특이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dsRNA는 DNA 바이러스의 전사 또는 RNA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생산된다.

연구 관련 그림. (사진=KAIST)
연구 관련 그림. (사진=KAIST)

인간 세포는 바이러스 dsRNA를 외부 물질로 인지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바이러스 dsRNA를 인지하는 인간의 선천성 면역반응시스템은 핵산 서열 정보와 상관없이 dsRNA의 길이나 말단 구조와 같은 형태적 특징을 이용해 dsRNA와 반응한다. 이는 바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착안한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특징인 길이가 긴 ds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판 제작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핵산 서열 정보 없이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실리카 기판 표면에는 펜타 플루오르 페닐 아크릴레이트(PPFPA) 반응성 고분자를 코팅해 높은 효율로 빠르고 간편하게 dsRNA를 인지하는 항체를 고정시켰다. 개발된 기판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76bp(base pair, 염기 쌍 개수를 의미하는 길이 단위) 이상의 긴 길이를 가지는 dsRNA를 검출할 수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생명화학공학과 리섕·김유식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이중 나선 리보핵산(RNA)'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생명화학공학과 리섕·김유식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이중 나선 리보핵산(RNA)'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시료 준비과정도 대폭 간편화시켰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세포에서 RNA를 분리하거나 정제 작업 없이 감염된 세포의 용해액만을 이용해 바이러스 ds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A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적용해 바이러스 dsRNA의 존재 여부를 핵산 증폭 없이 판독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리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dsRNA 검출기술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해 만능 감염병 진단기술로 발전될 수 있다. 특히 공항·학교 등 공공장소에서도 쉽고 빠르게 감염병을 검출할 수 있어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과 국방과학연구소 순수기초연구 용역사업에 지원을 받아 수행 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마크로몰레큘스 4월 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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