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말고 우리에게도 관심을 달라!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때의 모습. (사진=바이두 캡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영국이 홍콩 시민들에게 영국 시민권 취득을 쉽게 해 준다고 한다. 홍콩 반환 이전 영국이 발급한 해외시민 여권을 보유한 31만명이 대상이다.

◆ 영국, ‘중국 때리기’ 가세

베이징에서 홍콩에 대한 사회주의적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미국에 이어 영국마저 적극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가세한 셈이다. 마치 본토가 맘에 안 들면 우리나라와 살라는 격이다. 냉전 시대 이후로 이토록 강경한 대(對)중국 노선이 존재했나 싶을 정도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이후로 달라진 영국의 외무정책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물론 홍콩 이슈는 영국의 이해관계와도 워낙 관련이 깊었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홍콩을 때리면 영국이 가만히 있겠냐는 주장과도 맥이 닿아있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오히려 영국의 개입을 바라는 홍콩 시민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리는 바람이기도 했다.

영국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홍콩을 챙겨줘야 하나”는 불만이 적지 않았고, 지난해 송환법과 관련해 홍콩 전역이 들썩였을 때에도 영국이 먼저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홍콩에서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나기도 전에 영국이 먼저 반응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나라’가 된 영국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홍콩 시위대가 중국에 구금된 민권운동가ㆍ변호사 등의 사진을 들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철회, 인권 보호와 자유를 요구하며 중국 정부의 홍콩연락사무소를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중국에 구금된 민권운동가ㆍ변호사 등의 사진을 들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철회, 인권 보호와 자유를 요구하며 중국 정부의 홍콩연락사무소를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브렉시트… 변화한 영국의 역할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지만, 올해 영국은 브렉시트로 변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달라질 외무정책은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자신의 존재를 유럽 내의 정치적 공동체로 격하시켰던 EU에서 일단 빠져나왔으니, 그 다음은 영국이 어떻게 존재감을 발휘하느냐에 시선이 쏠린다.

실제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영연방의 부활’에서부터 ‘미국과 유럽을 잇는 중개자’까지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영국은 이제 4개월 차의 신생아이기에 지금으로서는 어느 예측도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생국의 행보는 무척이나 과감하고 공격적이다. 영국은 금새 영연방을 대표하는 리더가 되었고, 미국과도 성공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보안법 통과 성토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보안법 통과 성토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 새로운 영국에 쏠리는 이목

영국은 미국과 중국같은 패권국이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한 쪽의 팔다리 하나는 쉽게 뜯어낼 수 있다. EU 역시 그러한 힘이 있지만 그들은 그 힘을 끝내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영국이 예전처럼 ‘미국의 푸들’이 될 가능성도 낮다. 부시의 미국이 트럼프의 미국과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리스 존슨의 영국은 토니 블레어의 영국과 완전히 다른 나라다.

따라서 영국이 중국에 선공을 날린 것을 두고, 그저 예전처럼 ‘미국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새로운 영국에 주목하라’는 의지로 읽어야 한다. 미중이 아시아에서 패권을 다투며 유럽의 눈치를 볼 일은 앞으로도 없겠지만, 영국만큼은 아직도 ‘내 지분도 있다’며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영국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일부에서의 협상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낼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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