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불황속 나홀로 ‘선방’

현대차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증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국내 증권업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났다. 연초 라임 사태 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각종 비용이 치솟은 게 치명타가 됐다. 대형 증권사들 역시 실적 걱정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사 애프앤가이드는 8개 대형증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넘게 급감할 것으로 보았다. 영업으로 번 돈이 1년 만에 반토막 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초 6개 대형사의 신용도 하향 조정을 검토했다. 이쯤되면 속수무책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탓을 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도 했지만, 잠재해있던 문제를 들추는 노릇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일깨운 잠재 위험은 바로 대형사의 높은 투자은행(IB) 의존도라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대형사들이라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IB 불패신화는 이미 깨졌다. 국내 증권사의 IB파트는 워낙 기업의 투자관련 요청을 수행하는 것이 업무였으니, 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미래에셋 등 몇몇 증권사에서 최근 IB인력들을 리테일 부서로 전진 배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불황 속 나홀로 선방한 증권사도 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331억원)과 당기순이익(246억원)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18%, 21% 늘어났다. 아무래도 ‘동학개미운동’의 덕을 보았겠지만 다른 대형사라고 예외였겠는가.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IB에 굳이 목매지 않고 수익다각화에 손을 놓지 않은 덕”이라고 추측한다. 대기업 고객이 아닌 개미들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해석도 있다.

둘 다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회사 관계자 역시 “업계의 지점 축소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고 전국 영업망을 유지한 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의 지점 축소 움직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리테일 비중을 낮추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최근까지 IPO(기업공개)주관의 강자로 군림했던 미래에셋대우의 지점 개수도 작년까지 136개에서 83개로 줄었다.

물론 단순 ‘리테일이 강해서 실적이 좋았다’고 보긴 어렵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개인 고객에게서 나온다면, 아무래도 개미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개미들에게도 믿고 내 돈을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이 파생상품 손실 사태들을 효과적으로 빗겨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손실을 일으킨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서부터 올해 ’라임 사태‘까지 모두 현대차증권과는 무관했다. 어느 곳보다도 개인자산의 리스크 관리에 철저했던 덕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는 증권업계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됐다. 옥석(玉石)은 옥과 돌이라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