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금 지급에 유독 인색 
-19일로 점거 농성 120일째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삼성생명 암보험 피해 환자들의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들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삼성생명 본사 2층에서 농성한지 19일로 120일째다.

모두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했던 암환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암 치료를 위해 이용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청구했는데, 지급을 거부당했다고 호소한다. 특히 금융감독원 권고에도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 보험사가 지급심사와 약관 해석이 자의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은 흔히 말하는 약관 내용의 문구를 교묘한 방식으로 자사(自社)에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익명의 제보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환자 입장에선 보험사 말만 믿고 철썩 같이 보험료를 낸다”며 “삼성생명이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놓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당신(기자)도 당할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암 환자들이 투병 와중에도 농성하는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약관의 해석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에 의하면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 시에만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요양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삼성생명은 요양병원은 직접 치료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요양병원이 아니라 바로 자택으로 향해야 약속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보험사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러 모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에서 일차적인 치료 후 항암 치료를 받기위해 다시 요양병원을 찾는 암 환자는 적지않다. 게다가 주변에 간병해 줄 사람도 필요한 게 현실이다. 상식적으로 비싼 입원비를 내면서까지 직접 요양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다. 피해자들은 이에 “직접이란 단어를 모호하게 해석하는 말장난을 일삼아 암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섰다. 금감원은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일지라도 암 치료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행위의 일부라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시간 끌기로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생명 측은 당초 “판례를 바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중재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피해자들 측은 “왜 우리가 중재에 나서야 하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재에 나선다는 사실만으로 ‘양쪽 다 책임이 있다’는 모양새로 비춰질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2년간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551건의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39.4%에 대해 전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생보사 평균(55.3%)에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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