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녀들, 계열사 다수 포진
-현대차로부터 일감 받아 성장하는 내부 계열사들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오너가의 ‘숨은 실세’ 정명이 부문장 

현대가(현대커머셜·이노션·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책임자들은 모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녀들로 구성돼 있다. 재벌가에서 가업승계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회사는 원래부터 그래왔다. 

현대차그룹에서 주로 자동차를 제작해 납품하는 제조업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도맡고 있다. 광고사업은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 금융사업은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현대카드 부문장, 호텔 사업은 막내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포진해 있다. 

여기서 유독 눈에 띄는 정명이 부문장은 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현대카드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남편은 정 회장의 사위이자 정 수석부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다. 정 부문장은 현대커머셜에서 13억4000만원의 연봉 받을 만큼 실세로 불리운다. 현대커머셜에서의 보수만 놓고 보면 정 부회장을 압도한다.

실제 2018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문장은 이 곳에서 급여 4억1500만원, 상여 4억 1800만원 등 8억33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반면 정 부회장은 7억6900만원을 받았다. 회사 대표직함을 달고 있는 남편의 보수를 넘어선 셈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부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부자.

정 부문장은 2007년부터 현대커머셜 고문을 역임해오다 2017년 12월자로 부문장에 취임했다. 부문장 자리는 대표이사 자리 아래 새로 신설된 자리로 사실상 정 부문장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정 부문장은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차의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현대커머셜의 현대차 지분율은 37%. 정 부문장이 25%, 남편 정 부회장이 15% 순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75%에 달하는 수상한 지분 구조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정 부문장은 아버지가 지배하는 현대차의 후광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할부 프로모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현대캐피탈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결제하는 수단으로 현대카드를 발급하게 된다. 이 때 포인트로 할인금액을 채우는 방식이 사용되는데 카드발급 개수는 곧 카드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매출은 암울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5% 감소한 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모기업인 현대차에 의존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한 신용등급 평가 기관에서 이 같은 이유로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시킨 전력이 있다.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가진 만큼 전문경영인보다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를 책임지는 정명이 부문장(왼쪽)과 정태영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책임지는 정명이 부문장(왼쪽)과 정태영 부회장.

◇광고회사 이노션의 성장 스토리

이러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지속적인 연임에 대해 오너 일가라서 경영 공과에 구애받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현대카드 등의 책임자를 맡는 정 부문장과 대표 격인 정 부회장은 여러 개의 회사를 도맡는 과다 겸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아직 상장되지 않은 회사지만 조만간 상장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다 겸직 논란은 마이너스 요소로 충분하다. 장녀 정성이 고문의 이노션도 모기업의 수혜주다. 이 광고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주요광고와 해외 이벤트 등을 도맡아 급성장했다. 2018년 기준 이 회사의 매출액은 1조3992억원에 달한다. 

이노션의 성장 스토리는 내부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노션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49.7%, 2015년 53.2%, 2016년 58.6%, 2017년 59.3%로 꾸준히 증가세다. 특히 특수 관계 회사는 현대차(1698억원), 기아차(602억원) 등으로 꼽힌다.

법망을 피해가는 방식도 교묘하다. 2017년 이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29.99%. 공정거래법 일감몰아주기 규제기준 당시 기준은 30%다. 징역 3년 이하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분율을 30% 이하로 낮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시기와 맞물린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기관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있다. 2017년 이노션은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자녀 채용을 청탁받고 합격시킨 것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노션이 공정위의 사익 편취 규제대상으로 오르는 것을 막고자 대가성 취업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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