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부동산 펀드 없어 ‘단순 운용사’ 지적
-기업 오너 ‘원국희-원종석’ 보수주의 철학 구설

여의도 신영증권 빌딩. (사진=신영증권)
여의도 신영증권 빌딩. (사진=신영증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증권업계에서 ‘부동산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없다면 증권사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중견 증권사인 신영증권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2018회계연도 1032억원) 대비 무려 79.8% 급감했지만 4분기(올해 1~3월) 실적만 보면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왜 ‘부동산 관련 사업이 부진하다’는 근거로 대형 증권사로 발돋음하지 못하는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신영증권은 1956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65년 역사의 증권회사다. 증권업계 대표적인 오너기업으로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과 아들 원종석 대표이사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원 회장이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이래 2018년까지 무려 ‘47년 연속 흑자’를 냈다.

이처럼 보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이라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신영증권에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있다. 그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데다 평소 큰 손실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운용한 터라 대형 증권사로 성장하지 못한 사연이 있다.

신영증권의 신영자산운용은 주로 증권형 자산만을 취급하는 단종 자산운용사 구조다.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위해선 부동산펀드를 취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부동산 간접투자는 2016년 105조원에서 2018년 162조원으로 54%나 성장했다. 공모형 부동산 펀드는 출시될 때마다 완판 행렬을 이어간다. 신영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인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신영증권 CI.
신영증권 CI.

◇“부동산으로 덩치 키워야 하는데...”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여러 운용사들이 부동산 열풍에 편승하려는 분위기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칫 부동산 과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이라도 나온다면 또 다른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고객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긴 ‘라임 사태’가 인가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신영증권 측에서도 지난해 이 인가를 받기 위한 정황이 포착된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가가 있는 운용사를 인수하면 된다. 신영증권 측은 당초 “사실무근”이라고 여러 차례 해명했지만 신영증권이 제2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끊이질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너도 나도 부동산 판에 끼어들려 하는 세상인데 괜찮은 매물이 어디 있겠느냐”며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값만 오른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때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혹자들은 단순 ‘부동산펀드’가 그리 중요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탁과 펀드의 운용 여부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는 자산가들의 종합적인 부동산 관리 여부가 연계되어있다. 부동산 특성상 재벌가의 자산부터 오르고, 또 상승폭도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은 향후 증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요소다. 아울러 각 증권사들이 부동산 큰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즉 업계에서의 ‘레벨’을 나누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신증권의 운용사도 부동산관리회사 대열에 합류했다”며 “신영증권도 빠르게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신영증권은 연초 라임 사태의 뒷수습과 코로나19 등으로 해당 이슈에 역량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만년 중견 증권사로서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으려면 무언가 결단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대해 신영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이슈에 대해 검토 중이거나 고려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