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기생층' 논란… 들끓는 비판 여론

반지하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서울시 공공기관의 ‘막말 마케팅’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반지하 개선사업을 ‘기생층’이라 이름 붙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얘기다.  

SH공사는 지난달 29일 자사가 보유한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해당 반지하 공간을 복지시설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지하 공간을 ‘기회가 생기는 층’이라는 뜻의 ‘기생층’이라고 이름 붙였다. 누가 봐도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받은 작명이었다.

다만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다. 1000만 관객이 본 <기생충>은 반지하 공간에 사는 ‘약자의 분노’를 다뤘다. 극 중 부잣집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빈부격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언행의 차이 탓에 약자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 비극을 유발했다. 이러한 점을 SH 마케팅 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SH는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 걸까. 그런 게 아니라면 국민 정서를 생각하지 못한 무지함을 드러낸 것일까. 생각해보면 업무 특성상 서민들의 공감을 먹고사는 SH의 마케팅 업무 대응력은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일은 비단 SH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LH는 옥외광고에서 “나는 네(흙수저)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등의 문구를 사용해 빈축을 샀다. 금수저 친구야 별 뜻 없이 말했을 테지만, 이마저도 약자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타인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겸손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내가 흙수저가 아니라면, 약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봐야 한다. <기생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만 탓할 게 아니다. SH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발표된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흙수저들의 정서도 모르면서 그들을 팔아 헛발질만 한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이 뼈저리게 와 닿는 순간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