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 “홍 AIIB부총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 결정하고 절차 밟고 있다” 밝혀
대우조선사태서 ‘권력과 관치’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폭로와 연관성에 이목집중

▲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AIIB 사무국에 갑자기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직이지만 사실상 사퇴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 구조조정 실패와 대우조선해양사태 책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낙하산’ 홍 부총재(  전 KDB금융그룹 회장)는 최근 여론의 뭇매로 ‘공공의 적’이 돼 있는 상황에서 돌연 휴직한 배경을 놓고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홍 부총재는 대우조선사태에 대한 책임문제가 제기되자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 원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문건에는 은행별 지원 금액까지 써 있었다. 그저 지시에만 따랐을 뿐이었다.”면서 자신은 힘없는 ‘허수아비’같은 존재에 불과하고 ‘권력과 관치’가 모돈 것을 결정했다고 권력의 속살을 노출시킨 것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홍 부총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 부총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출범 후 첫 연차 총회에도 불참한 바 있다. 홍 회장의 휴직기간과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홍 부총재는 지난 2013년 4월 KDB금융그룹(민영화 당시 산업은행)의 수장자리에 오른 뒤 산은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AIIB 부총재로 추천돼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는 산은금융지주 회장 재직 시에 STX그룹 구조조정 실패와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이 발생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낙하산 인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홍 전 회장은 당시 “저 낙하산 아닙니다”라며 낙하산이 아니라는 것을 결과로 말해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 대우조선사태에서 자신은 낙하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실토했다.

그는 얼마 전 그동안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중요 의사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자회사 인사의 각각 3분의 1씩을 내리꽂았다.”고 폭로할 정도로 홍 전 회장은 낙하산은 중요문제에서 아무런 힘도 못 쓰는 존재라는 사실을 실토해 면책을 꾀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는 금융당국이나 권력자들에게는 의리 없는 인물로 찍히는 빌미가 돼 결국 스스로, 아니면 외압에 못 이겨 부총재 휴직사태로 이어졌다는 설도 없지 않다.

한편 홍 전 회장은 관치와 낙하산이 특정 산업의 몰락, 나아가 국가경제의 피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우조선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인데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자세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의 폭로는 대우조선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중의 한 사람으로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낙하산’이라는 이름으로 면피를 해 보겠다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 전 회장이 대우조선사태 등과 비리연루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국민경제를 망치고 잇속을 챙기는 권력과 관치의 장단에 춤을 춘데 대한 책임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낙하산의 저급함을 보인 점은 어떠한 경우든 낙하산인사는 근절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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