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바닷물 담구면 식수로 바꿔주고 조명도 비춰주는 물병 개발

해수전지를 이용한 담수화 및 조명제품, 아쿠아시스 (사진=UNIST)
해수전지를 이용한 담수화 및 조명제품, 아쿠아시스. (사진=UNIST)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바닷물을 식수로 바꿔주고 조명 기능을 탑재한 물병이 개발돼 바다에 인접해 있지만 식수와 전력 부족으로 고통받는 있는 제 3세계국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차중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와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에 따르면 이 물병은 아침에 바닷물을 담아두면 오전엔 정수기, 오후엔 물 보관용, 밤에는 조명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조명은 해수전지로 작동된다. 이로 인해 야간에도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놀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름은 ‘아쿠아시스(Aquasis)’로 붙였다. 해수전지 기술과 디자인 작업을 융합해 탄생했다는 의미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 제품은 지난 3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프로페셔널 콘셉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그간 해수를 생활용수로 바꿔주는 해수담수화 기술은 설비를 통해 사용됐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이용해 염분을 제거하는 등 과정을 거쳐 용해 물질이 사라진 순도 높은 용수를 대용량으로 생산해내는 원리다. 이번에 개발 된 ‘아쿠아시스’는 설비로 생산된 용수가 아닌 물통에 담아두는 것만으로 정수된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영구적이다.  

연구팀은 이번 ‘아쿠아시스’ 개발 과정에서 해수전지의 담수화 기능에 주목했다.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면서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조명 위쪽에 위치한 태양광 패널로 해수전지를 충전해 조명을 위한 전기를 만드는 한편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김차중 교수는 “아쿠아시스는 기술의 사회적 기여에 초점을 맞춰 제 3세계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고민을 바탕으로 연구와 협업을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쿠아시스’는 아이들이 쉽게 바닷물을 담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로 디자인됐다는 후문.

앞으로 ‘아쿠아시스’는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 될 방침이다. 연구팀은 이 제품 이외에도 해수전지의 기술 원리에 착안한 다양한 제품들을 교원창업기업을 통해 사업화할 방침이다.

해수 자원화기술 연구센터장을 맡은 유니스트 김영식 교수. (사진=UNIST)
해수 자원화기술 연구센터장을 맡은 유니스트 김영식 교수. (사진=UNIST)

유니스트는 해수 담수화 관련 지난해 바닷물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해수전지 전용 연구센터 기공식을 울산시와 열었다. 해당 연구센터는 유니스트가 갖고 있는 해수전지 원천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지었다.

연구센터는 해수전지 양산을 위한 시험·생산설비와 최적화된 연구 환경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해수전지는 물론 이를 적용한 해수 담수화, 이산화탄소 포집과 수소 생산 등 해수 자원화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

해수전지 기술은 해수 자원화기술 연구센터장을 맡은 김영식 유니스트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2014년)에 성공한 이후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기술고도화 연구비 50억원을 지원받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해양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몰두 중이다.

2018년 12월엔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 해수전지를 이용한 10㎾h급 에너지저장시스템 설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여기서 시범테스트 작업도 마쳤다. 10㎾h는 4인 기준 일반 가정의 하루 전기 사용량 정도다.

정무영 유니스트 총장은 “해수전지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침수에도 안전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해수전지를 비롯한 해수 자원화기술의 상용화를 이끌어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기공식과 관련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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