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후광효과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카카오발 증권업 진출이 확정되면서 정보기술(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몰고 왔던 혁신 바람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나 토스(비바리퍼블리카) 같은 방대한 모바일 고객군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도 금융업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기존 금융사들과의 디지털금융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심층기획을 통해 증권업 ‘성공 가능성’을 조명하고 IT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 KT 박근혜 게이트 연루에도 본인가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K)뱅크. 2017년 4월 출범 전부터 케이티(KT), 우리은행, 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당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혁신과 차별화로 10년 뒤 자산 15조원 규모의 ‘넘버원’ 모바일 은행이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케이뱅크를 향한 회의적인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같은 시기에 탄생한 카카오뱅크의 가입자가 1150만명인 반면 케이뱅크의 가입자 수는 약 120만명 수준이다. 당초 케이뱅크는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화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보안사고 등의 우려로 주요 타깃인 은행권 대출을 받기 힘든 중간 신용등급 고객이나 대학생, 주부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본인가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소유인 광고회사가 KT 광고를 수주하도록 지시하고, 차은택씨의 측근을 KT 임원으로 영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밝힌 터라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출범 초기 케이뱅크 가입자 대부분이 (2대주주인) KT의 직원이란 농담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무려 20개에 달하는 주주들이 난립했어도 정작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어나갈 대주주가 부재했다. 의사결정이 힘들고 주주들 간 이해관계도 얽혀있으니 유상증자 같은 중대한 결정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뱅크 CI.
케이뱅크 CI.

◆ 대주주 문제에 발목 잡힌 자본 확충

그 사이 돈줄은 막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0.88%까지 떨어져 있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표준비율은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즉 케이뱅크의 재무구조 건전성은 좋지 못하다. 유수 대기업이 투자를 요청해와도 대출을 해 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 신규 대출도 1년 넘게 중단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여건이 갖춰졌지만 당분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KT는 자회사인 BC카드가 최대주주가 되는 증자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BC카드에 매각하기로 양사의 이사회가 결의한 상태다. BC카드는 아울러 케이뱅크가 6월 18일을 주금납입일로 추진 중인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분을 자회사인 BC카드에 넘기고, 막후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6월 중순 이후 유상증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이후에는 대출을 포함한 금융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여덟번째부터)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여덟번째부터)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극도의 부진 해결 방법은 대주주 문제 해결 뿐

케이뱅크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랑 타이틀이 무색하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극도의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797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앞서 언급한 자금 문제다. KT의 대주주 등극이 난항을 겪으며 자본확충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케이뱅크의 영업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실제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케이뱅크는 급기야 대출영업까지 중단하기까지 했다.

케이뱅크가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이자 경쟁자 카카오뱅크는 조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지난 2018년 2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케이뱅크의 부진은 자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카카오뱅크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행보를 보여왔고 결과적으로 조기 흑자 전환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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