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운용부문 손실에 1분기 실적부진 ‘빨간불’
-금융권 우수인력들 경쟁사로 유출되며 ‘경쟁력 하락’ 우려
-홍보팀 관계자 “최종적으로 고객 만족 위한 시스템” 해명

NH투자증권서 최근 내부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NH투자증권의 실적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이전분기 대비 73%나 급감했다. 한 내부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2년 전 부임한 정영채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따른 내부불만이다.

◇NH투자증권 내부 관계자의 읍소

최근 NH투자증권 내부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2년 사이 바뀐 업무평가 방식 때문에 퇴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NH투자증권이 경직된 공무원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필요한 페이퍼워크와 요식행위가 지나치게 늘었다는 전언이다. 정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실제로 2018년 NH투자증권에 취임한 정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직문화 혁신에 공을 들였다. 가장 큰 변화는 영업직원 평가 체계에 있었다. 재무성과 중심의 평가체제 대신 ‘고객가치’ 비중을 늘리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결과보다는 과정, 수익지표 대신 고객을 위한 접촉활동과 고객 만족도로 평가체제를 바꾸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워낙 이익창출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기업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말부터가 어폐가 있었다. 새 평가체계의 핵심은 늘어난 보고량이었는데, 지점 영업사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점소속의 한 관리자에 따르면 “정 사장 취임 이후로 늘어난 페이퍼워크가 큰 문제다”라며 “매일같이 업무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면 외부서 업무미팅을 두 번은 더 할 수 있다”고 불평했다. 아울러 “손이 빠르면서 또 적당히 꾸며낼 수 있는 재주만 있으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론 바뀐 평가기준이야 여럿 있을 테지만 이전부터 실적을 꾸준히 올려주던 현장의 영업맨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의 우수사원 출신이나 각 지점의 에이스 영업직원들이 경쟁사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남아있었던 관리자급 직원들만 점조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푸념도 들린다. 내부 관계자들은 “성과체제가 바뀌기 1년 전부터 실적이 좋았던 직원들은 전부 메리츠증권이나 KB증권으로 옮겨갔다”며 “기존 NH투자증권 팀장이 메리츠 이사로 이직해서 자리를 잡고 나면 함께 일했던 대리급 직원을 과장급 대우로 스카우트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NH투자증권의 영업맨들이 사내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방증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호, ‘성과체계’ 불만 구설수

물론 바뀐 성과체계 덕에 실적이 잘 나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각에서는 일선에서 활약하는 ‘에이스’들이 사라진 효과가 이번 실적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은 주식과 채권 등 모든 부문에서의 자산 가치가 떨어져 운용 부문에서 평가손실을 냈다. 이들은 “운용 인력들의 전문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정 사장의 경영방식에 재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NH투자증권과 협업하던 자산운용사들은 “정 사장이 IB출신이어서 그런지 영업을 모른다”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로 정 사장은 당초 ‘IB 전문가’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한 내부인사에 속한다. 

그러나 IB에 속해 일하던 당시에도 정 사장은 이름이 그렇게 잘 알려진 인사는 아니었다. 대형증권사의 IB부서라는 워낙 조직이 크기도 하지만 같은 부서에 일하던 직원들에게마저 알려진 바가 적다보니 정 사장의 ‘깜짝’ 선임 이후 비서진 및 홍보 라인들만 바빠졌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보니 내부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즉 정 사장이 현장에 익숙한 지도자가 아님을 상징하는 일화다.

이에 대해 익명의 투자자는 “영업 인력의 질적 저하가 계속된다면 이는 NH투자증권의 장기적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것”이라며 “최근 NH에서 해외주식부를 없앤 것이 한 예다. KB를 포함한 경쟁사들은 오히려 해외주식부를 확장하며 NH투자증권의 경력자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 고객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 주식들에 대해서는 교체된 NH인력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NH투자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현행 평가체계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고객가치 제고를 중시하려는 노력”이라며 “업무 보고와 관련된 논란도 당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밖에도 다양한 평가기준이 있다. 여러 평가기준이 서로를 보완하는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고 시스템은 지점이나 부서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주식부는 폐지된 것이 아니라, 홀세일을 담당하는 기존 글로벌주식영업부로 통폐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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