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강원도 춘천 갑 선거구...김진태 의원과 리턴매치서 승리

허 영 당선인. (사진=데일리비즈온 DB)

[데일리비즈온 이은광·박종호 기자]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강원 지역의 관전 포인트는 ‘보수의 수성이냐’ 혹은 ‘진보의 새판짜기냐’로 요약할 수 있다. 8곳 중 대부분 선거구에서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초박빙 승부가 허 영 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통합당 후보간 대결은 빅매치였다.

4년 만에 재대결한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이하 춘천갑) 선거구에서 이들은 개표는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3선에 도전한 김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근소한 차이로 허 후보를 리드해 나갔다. 격차는 2∼3% 포인트. 두 후보의 접전은 개표 7시간이 지난 오전 1시까지 이어졌다. 

이때부터 허 후보의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2%포인트 차를 두고 접전이 두 시간은 더 이어졌고 다음날 오전 3시가 되어서야 당선자의 윤곽이 보이기 나왔다. 결국 허 후보가 50.6%(5만9351표)를 얻어 김 후보(44.5%, 5만2201표)를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 됐다.

보수세가 강한 강원 춘천에서 역사상 첫 민주당계 국회의원의 탄생을 맞는 순간이었다. 허 당선인 개인으로서도 지난 총선에서 같은 상대에게 패배한 이후 4년 만에 설욕한 셈이다. 본지는 70년 만에 보수텃밭인 춘천에서 진보 깃발을 꽂은 허 당선인과 만나 당선 소감과 향후 행보를 들어봤다. 

다음은 허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Q. 제 21대 국회의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춘천갑 선거구 국회의원 당선인 허 영입니다. 

변화를 열망하는 춘천시민들의 마음이 모아져 70년 만에 민주·진보 진영의 국회의원 선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번 선거는 춘천시민의 승리입니다. 춘천과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높이라는 시민의 명령이며, 정쟁에만 몰두하는 싸움꾼보다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일꾼이 되라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승리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정부와 여당이 되겠습니다.

Q. 두 차례 고배 끝에 국회에 입성했는데 그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사람간의 유대와 신뢰는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제가 춘천에서 활동한 시간이 햇수로는 12년째인데요, 그동안 춘천의 구석구석을 다 찾아다니며 주민들 목소리를 듣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하셨지만 결국 진심은 통한다고,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열어주시더니 이번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느라 선거운동을 할 때 막막함도 있었습니다만, 시민여러분의 따뜻한 반응에 용기를 얻어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란 ‘여의도의 말’보다는 ‘현장의 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 민심을 천심으로 받드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당선소감을 밝히는 허 영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Q. 춘천서 첫 민주당계 의원인데 예상보다 큰 격차로 이긴 요인이 있을까요.

지난 세월 동안 민주·진보진영에게 있어 춘천이란 보수의 강고한 아성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변화의 조짐이 꾸준히 있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춘천에서만 12년을 준비하는 동안 제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춘천시민의 자존심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수정당이 지역 정치의 패권을 놓치지 않고 있었지만 지역의 요구를 중앙에서 충실히 대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강원도의 여타 주요 도시인 원주와 강릉은 각각 ‘혁신도시’와 ‘관광거점도시’라는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어 꾸준히 불만과 불안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상대 후보가 제기한 대표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인 ‘강원도청 이전 논란’은 그런 의미에서 자충수와도 같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수부도시라는 이름값에 비해 발전은 정체되어 있었던 춘천을 자극하는 캠페인을, 현 상황에 책임 있는 당사자가 전개한다는 것에서 오는 위화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후보 특유의 막말 등 각종 논란으로 전국의 부정적 시선이 춘천에 쏟아진 것은 불난 데에 기름을 부은 격과 같았다고 봅니다. 결국 시민들께서 춘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을 내려주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향후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포부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내려놓고, 국민의 기본권은 세세히 챙기는 의정활동을 펴나갈 계획입니다.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만 일시적으로 ‘동물국회’였을 뿐, 대부분의 기간은 ‘식물국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역대 국회 법안처리율(처리법안건수·접수법안건수)을 살펴보면 17대의 50.3%가 20대에서는 34.3%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결국 수많은 민생 법안들이 계류된 채로 임기가 종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성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근 수년간의 국회는 혐오를 조장하는 막말 등이 이어지며 갈등을 증폭시킨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급한 사안들이 소모적인 논쟁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좌초되는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21대 총선 공약 중 ‘일하는 국회’ 부분은 국회운영 상시화와 법사위 개혁으로 신속한 법안처리 유도, 불출석 국회의원에 대한 제재, 국민소환제 도입과 의원 윤리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국민입법청구법률안’의 도입으로 입법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노력까지 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당의 방향성에 동의하며 개혁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첫 출마 시절부터 꾸준히 고민해왔던,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촉발되면서 보다 상위 개념인 기본소득에 관한 주목도도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과 그 여파를 생각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허 영 당선인. (사진=페이스북)

Q. 춘천의 당면 과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과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춘천을 흔히 ‘물’의 도시라 합니다. 밖에서 보기엔 춘천이 갖는 낭만의 근원과도 같은 이 ‘물’은 실제로는 춘천에게 일종의 족쇄처럼 작용해왔습니다. 한강 상류의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공장 하나 짓기도 힘든 강력한 규제를 받아온 것입니다. 춘천시민들에게 이러한 ‘물 규제’를 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해낼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또한 ‘물 값’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한강수계관리기금이라고, 한강 하류 지역의 주민분들로부터 물 부담금을 걷어서 상류 지역주민들을 위해 쓰려고 만들어 놓은 기금인데요, 강원도가 경기도보다 수혜지역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배분액은 경기도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를 공정하게 바로 잡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이렇게 족쇄와 같았던 물을, 발전의 기회로 바꾸어 보려고 합니다. 현재 의암호 등 춘천의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는 유휴 부지들이 많습니다. 이곳에 ‘춘천호수국가정원’을 조성하려 합니다. 현재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두 군데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약 1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춘천의 새로운 ‘백년 곳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최우선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그 외에도 춘천의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급선무입니다. 현재 춘천의 자영업자 수는 전체 기업체 수 대비 83%나 되는데, 이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추경예산으로 집행될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월 30만원의 자영업자 월세수당 지급, 상가임대료 상한제 도입, 전통시장 국비지원 확대, 공공형 배달플랫폼 구축 등 여러 방안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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