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아이지넥스원’ 사명이 무기 브랜드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이 참여해 개발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사진=LIG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이 참여해 개발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사진=LIG넥스원)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K-방산’ 브랜드 시대에는 튀는 이름도 무기다. 호주 토종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Redback)’이 장갑차명이 되거나 힌디어로 천둥이자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이 ‘K9자주포(K9바지라)’라는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방산회사들이 무기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해외 무기시장 후발주자인 국산업체로서 글로벌 수주전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다. 해외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댄 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사명이 무기브랜드…‘신궁’ 탄생 비화

무기브랜드 실험은 방산 업계에 공통 과제다. 이름이 튀어야 글로벌 수주전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꼭 이름이 좋아야 뜬다는 법칙은 없다. 때론 회사 이름이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LIG넥스원은 중동, 중남미, 아시아 지역을 타깃으로 해외 전시회에서 ‘엘아이지넥스원’으로 홍보 중이다. 

일례로 LIG넥스원은 올해 2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각각 개최된 국제 종합방산전시회 ‘디펙스포 인도’와 무인·로봇 국제 전시회 ‘우멕스 2020’에서 해외 수주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가고 있다. 특히 비호복합 대공 무기 체계에 탑재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비롯해 미래형 무기 체계로 각광받고 있는 무인수상정(해검-Ⅱ) 등을 소개했다.

앞으로도 LIG넥스원은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주요 전시회에서 ‘사명’을 앞세워 유도무기, 감시 정찰, 통신 장비, 로봇·무인화, 전투 체계 시스템 등 차별화된 역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궁에 담긴 재밌는 일화도 있다. 한국형 휴대용 유도무기를 일컫는 명칭은 새로운 활을 뜻하는 신궁(新弓)이다. 최초에는 ‘신궁(神弓)’이었다. 1999년 초까지만 해도 이런 이름은 없었다. 다만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혹은 휴대용과 대공 유도무기의 영문 약자를 조합한 ‘휴샘’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런 명칭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지적에 국방과학연구소 사내 공모를 통해 ‘신궁’으로 정하게 됐다.   

LIG넥스원 직원이 2018년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최신형 피아식별장비 모드-5를 장착한 방공유도무기 ‘신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 직원이 2018년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최신형 피아식별장비 모드-5를 장착한 방공유도무기 ‘신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해외 수주 마케팅이 일궈낸 고공행진

이 같은 노력 덕분에 LIG넥스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6조1840억원의 수주 잔액을 기록했다. 재작년(5조6507억원) 대비 9.4% 증가한 규모다. 유도무기와 탐지 레이더 등 주력 제품을 바탕으로 2018년 신규 수주가 3조원을 넘어선 덕이다. LIG넥스원 측은 최근 국내 방산시장의 침체에도 유도무기, 감시정찰 등이 분야에서 지속적인 신규 계약이 이어지며 수주액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탄탄한 수주 잔액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 증가의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현재 대공복합 장갑차 ‘비호복합’의 인도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인도는 25억 달러(약 3조) 규모의 한국산 비호복합체계 구매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인도는 K-30 비호를 사실상 단일 모델로 낙점했지만, 현재까지 최종 구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호복합은 한화디펜스의 기존 30㎜ 자주대공포 ‘비호’에 LIG넥스원의 유도무기 ‘신궁’과 레이더를 결합한 무기체제다. 방산업계는 수주가 성사하면 LIG넥스원이 8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의 수주액이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LIG넥스원이라는 사명이 무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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