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범 조현식·조현범 ‘집행유예’

‘하청업체 뒷돈 수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가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청업체 뒷돈 수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가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한국타이어의 조현식, 조현범 형제의 집행유예 판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체로 집행유예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면서도, 대상이 재벌기업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씁쓸함도 묻어나온다.

조현범 대표는 하청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 원씩 상납을 받았으며, 동시에 계열사 자금 2억 6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게다가 이 돈을 유흥비로 사용하기 위해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아버지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까지 제공받았다. 친형 조현식 부회장 역시 친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여 원의 인건비를 지급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조 대표 형제가 실형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회사 일 하다보면 흔히 묻을 수 있는 ‘콩고물’과는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오로지 자신의 유흥비 지출 등 사익을 도모한 경우에 해당했고, 사법부에서도 봐줄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 그렇다보니 사건을 맡은 ‘유능한’ 변호사가 누구인지도 궁금해진다. 바로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약한 이중희 변호사다. 마찬가지로 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였다. 

이중희 변호사는 ‘김학의 별장 성접대 및 성폭행’ 사건의 주역으로 꼽힌다. 2013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내던 당시 감학의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김학의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직접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사실상 수사 외압의 몸통으로 간주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4월 돌연 김앤장을 퇴사했지만 그해 연말 구속된 조 회장의 변호를 맡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피고와 변호인이 법정에서 벌이는 콤비 플레이 역시 남달랐다. 조 회장 형제가 “횡령혐의를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이면 이중희 변호사가 나서서 “돈은 받았지만 횡령이나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항의하는 ‘투 트랙’ 전략이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뻔뻔함이었지만 어쨌거나 피고는 반성하는 모습을 충분히 연출했고, 그 결과 재판부의 동정을 살 수 있었다. 어째 세상에서 요구하는 도덕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타이어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은 석방되었으나 한국타이어의 이사선임 규정에는 범죄자는 물론 집행면제자도 인사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씨 형제의 경영 복귀를 의심하는 이들은 매우 적은 편이다. 애초에 집행유예가 사칙에 어긋나는 경영복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중희까지 선임해가며 집행유예를 얻기 위해 애썼을 것이란 말인가. 한국타이어는 결국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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