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과 판재로 나뉜 지주사, 동갑내기 사촌 경영 체제
-세아제강이 일감 준 계열사 흡수한 오너 소유 투자 법인
-지주사 본래 취지 잃고 배당 외 수익 올리는 세아홀딩스?
-조용히 실속 챙기던 세아, 내부거래 공시위반 과징금 철퇴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세아타워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세아타워.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그러나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국내 건설 시장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동시에 실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 공정위에서도 부당 내부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통찮은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 건설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 비중 실태를 심층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사촌 간 후계자들 ‘공동경영’ 스토리 

철강 제조로 유명한 세아그룹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부거래 공시위반이 적발된 이후 감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회사는 크게 특수강 분야의 세아베스틸을 지배하는 세아홀딩스와 판재 사업을 하는 세아제강으로 나뉜다. 여기서 총체적으로 내부거래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외부에서 오너 일가가 소유한 투자 법인을 통해 지배력을 견고히 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중심에는 2013년 별세한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의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와 고 이운형 전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자리한다. 

이들이 각각 사촌경영을 하는 셈이다. 이태성 대표는 세아홀딩스의 지분 35% 정도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형에 이어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이순형 회장은 실질적으로 세아제강 쪽에 한정된 지배 구조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순형 회장이 지배력을 갖는 세아제강을 이주성 부사장에게 승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올해 들어 세아제강지주 주식 0.22%를 장내 매수했다. 4억원 규모다. 이 부사장이 지난해부터 40억원을 들여 사들이기 시작한 세아제강지주 지분은 2.11%에 달한다. 이렇게 끌어모아 최대주주(지분 20.53%)가 됐다.  

이 같은 지분 변동은 2대 이운형 회장이 별세한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닌 계열사의 지분을 이용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교묘한 경영방식 구조다. 일례로 강판 업체 해덕스틸이 대표적인데 이 회사의 2012년 매출은 930억원으로 당시 내부거래 비중이 5% 정도였다. 

물론 비중이 적어 규제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세아그룹은 신사업을 확장하려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은 점차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인지 이태성 대표와 이주성 부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7명은 해덕스틸 주식 전량을 모두 세아로지스에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왼쪽)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사진=세아그룹)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왼쪽)와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사진=세아그룹)

강판 판매사업을 하던 세대에셋도 세아제강과 내부거래 비중이 꽤 된다. 2011년 세대에셋의 상품 매입 비중에서 세아제강이 차지하는 규모가 절반에 가까운 44.24%를 차지했다. 세대에셋은 이주성 부사장이 최대주주(53.33%)로 있었다.

세대에셋은 이주성 부사장의 개인 회사 격인 투자 법인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전신이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19.43% 소유한 2대 주주다. 세아제강지주 최대 주주인 이 부사장은 에이팩인베스터스로도 지배력을 굳히고 있다. 외부 법인을 통한 지배력 확보와 함께 이 부사장은 세대에셋을 통해 자금 마련도 했다. 2013년과 2015년 한 차례씩 총 139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통해 이 부사장은 74억원의 자금을 손에 쥐었다.

동갑내기 사촌 관계인 이태성 대표도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아버지 이운형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았던 지분(8.38%)를 더해 총 19.12%의 세아제강 지분을 확보한 것. 이 대표는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그간 에이팩인베스터스에 넘기는 등 정리하며 세아홀딩스를 통한 특수강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주사 세아홀딩스도 내부거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레이더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아홀딩스를 비롯한 지주회사제도는 지배 구조 개선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주사의 주 수입원은 배당금이다.

그럼에도 지주사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타깃이 됐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세아홀딩스는 배당 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간판값, 부동산임대료, 컨설팅수수료로 수익을 올렸다.

이어 지난해에는 공정위가 공개한 ‘기업집단 상표권 사용료 거래 내역’에도 세아홀딩스가 거론됐다. 그룹 내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는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세아홀딩스는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으면서 사익 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세아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세아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공정위로부터 내부거래 과징금 철퇴

한편, 세아그룹은 2016년 공정위로부터 내부거래 공시위반으로 9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당시 공정위가 조사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세아그룹은 조사대상 기업 중 위반 건수가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세아그룹의 적발 건은 소액주주와 채권자들에게 회사의 내부거래 정보를 충실히 알리지 않아 거액의 과징금을 물면서 지주사의 투명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는 일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는 특수관계인과 자본금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먼저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공시해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태성 대표와 이주성 부사장의 지배력이 각각 분리된 회사들이 사이좋은(?) 내부거래를 해왔다. 세아베스틸은 세아제강과 상품 및 용역거래를 하면서 이사회 의결과 공시를 하지 않았다. 세아이엔티, 세아엔지니어링, 세대에셋도 적발됐다.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조용히 실속을 올리는 은둔의 철강 기업 세아그룹이 사촌 경영체제로 굳혀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그간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와 지분 정리를 통한 현금 확보 움직임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맞다”고 했다. 덧붙여 “지주사 외부의 오너 일가 소유 투자 법인은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지배력 확보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본지는 세아그룹의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홍보팀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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