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이름도 무기, 한화 ‘레드백’

 한국산 무기 K9 자주포를 인도 현지에 맞게 개량한 모델인 ‘K9 바지라(VAJRA-T)’ 레드백 장갑차 제막식 [한화디펜스]레드백 장갑차 [한화디펜스]
호주 토종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 장갑차. (사진=한화디펜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K-방산’ 브랜드 시대에는 튀는 이름도 무기다. 호주 토종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Redback)’이 장갑차명이 되거나 힌디어로 천둥이자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이 ‘K9자주포(K9바지라)’라는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방산회사들이 무기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해외 무기시장 후발주자인 국산업체로서 글로벌 수주전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다. 해외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댄 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로벌 수주전에서 눈에 뛰기 위한 노력

방위산업. 사전적 정의로는 군사적으로 소요되는 물자의 생산과 개발에 기여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러한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를 방위산업체, 줄여서 방산업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방산업체는 독특한 구조로 운영된다. 대부분은 정부가 주는 사업만 받아먹는 구조다. 

실제로 고객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정부가 제시한 규격과 설계, 수량에 맞춰 정부에만 납품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투기나 탱크에서부터 군에 납품하는 속옷과 신발 등은 대부분 이러한 프로세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방위산업은 유신 시대에 자주국방을 제창하기 시작한 이래 60만 대군을 끼고 존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방산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해 왔었다. 한국산 무기가 성능 면에서 외국산 첨단 무기에게 뒤처지는 데다 국내 수주 위주였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백 장갑차 제막식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제막식. (사진=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가 쏜 무기 브랜드, ‘레드백’

이러한 구조 속에서 최근 들어 방산업체들이 무기 브랜드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 무기 브랜드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발사됐다. 바로 한화디펜스가 쏜 신호탄, ‘레드백(Redback)’이었다. 같은 해 3월 한화디펜스 호주법인 마케팅팀은 새로 개발 중인 궤도장갑차 브랜드 명을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내수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발주처인 호주 정부는 군비를 강화하면서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있다. 새 장갑차에도 호주 정서에 맞는 이름이 필요했다. K9자주포의 파워팩과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원격무장 등이 장착된 포탑과 최첨단 방호시스템을 탑재해 일반 장갑차보다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어필하고자 했다.

고심 끝에 ‘레드백(붉은배과부거미)’을 브랜드 명으로 낙점했다. 뱀을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호주 토착종이다. 레드백 장갑차는 같은 해 9월 호주군 미래형 궤도 장갑차 획득사업에서 독일 회사 장비와 함께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이어 한화디펜스는 호주 방위사업청과 405억원 규모의 시제품 3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수주 여부는 2021년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무기 브랜드 전략이 현지에서 통하고 있다”며 “납품 계약 성사를 위해 호주법인 마케팅 인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무기 K9 자주포를 인도 현지에 맞게 개량한 모델인 ‘K9 바지라(VAJRA-T)’ (사진=연합뉴스)
한국산 무기 K9 자주포를 인도 현지에 맞게 개량한 모델인 ‘K9 바지라(VAJRA-T)’ (사진=연합뉴스)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 딴 ‘K9 바지라’

대표 토종 무기인 K9 자주포도 해외에 나갈 때는 브랜드가 달라진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K9자주포를 인도에 수출할 때 ‘K9 바지라’라는 브랜드를 앞세웠다. 힌디어로 천둥이라는 뜻을 가진 바지라는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에서 따왔다. 인도 정부는 당초 오는 11월 실전 배치하기로 했던 K9 바지라를 지난달 배치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3800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을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준 13%가량인 해외 매출 비중도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편, 한화디펜스는 옛 한화테크윈의 지상방산부분인 한화지상방산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산부분을 분리한뒤 한화로 인수되어 자회사로 두고있던 구 한화디펜스를 합병해 생긴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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