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수소 생산 효율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
-연잎에서 물방울 튕겨나가듯 전극 표면 개선해 효율 높여
-맥주나 빵 등을 만드는 효모를 촉매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시

자료는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자료는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에너지가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연잎에서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튕기는 것에 착안한 것부터 효모를 이용해 수소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연잎이 물방울을 튕겨 내는 것을 응용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 대학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류정기·이동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물의 전기분해(수전해)용 전극에 코팅해 수소 생산효율을 5배 정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쉽게 튕기는 점에 주목했다. 연잎 ‘표면’에 있는 아주 미세한 돌기가 있어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는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물 분해로 수소를 얻는 전극 ‘표면’을 개선한 연구팀은 수소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지 않고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것만으로도 수소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컵에 탄산음료를 따르면 컵 안쪽 표면에 공기 방울이 달라붙는다. 음료를 마실 때라면 이런 공기 방울의 많고 적음이 큰 상관없지만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전극에서는 다르다.

전극 표면에서 발생한 기체가 많이 달라붙어 있을수록 반응이 일어날 면적이 줄어서 수소와 산소 같은 기체 발생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극 표면에 달라붙는 기체를 제거하는 게 전체적인 효율에서 중요하다. 공동연구팀은 다공성 수화 젤(hydrogel)을 전극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기체 방울을 쉽게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화 젤은 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물질로, 고체의 표면에 코팅하면 기체가 잘 달라붙지 않고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수전해 시스템의 전극 표면을 수화젤로 코팅해 수소 발생 성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같은 수소 생산효율이 5배 정도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류정기 교수는 “고분자물질은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없고 전기가 통하지 않아 수전해 효율을 낮춘다고 예상됐다”며 “이에 전극에 사용된 적이 없었지만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오히려 수전해 방식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전극과 초혐기 필름의 수소 기체 발생 효율 비교 (사진=UNIST)
기존 전극과 초혐기 필름의 수소 기체 발생 효율 비교. (사진=UNIST)

◇수소 생산효율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

이번 성과는 고분자물질을 고체의 표면에 코팅해 ‘기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얻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표면의 기체를 제거하기 위해 고체의 표면에 미세한 나노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있었으나 제조비용이 비싸고 적용 가능한 물질에도 제한이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고체라면 물질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고 대상 물질에 수화 젤만 코팅하면 되는 간편하고 저렴한 방식이라 활용 범위도 넒다.

앞서 이 대학 연구진은 맥주나 빵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광수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폐기된 효모를 이용, 수전해(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것) 촉매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이를 친환경적으로 얻으려면 물을 전기분해하면 된다. 물 분자 속 수소와 산소는 아주 강하게 결합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백금(수소 발생 반응용)이나 이리듐(산소 발생 반응용) 같은 촉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귀금속 촉매는 희귀하고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김 교수팀은 귀금속 촉매를 대체하면서 산소와 수소 발생 효율을 높일 촉매 재료로 폐기된 효모에 주목했다. 효모는 미생물이어서 쓰고 버려지더라도 탄소, 인, 황, 질소 같은 물질이 풍부하다. 이런 물질은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 있고 다른 물질을 붙잡을 수 있는 '작용기'도 있어 금속 입자를 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효모의 구조와 효모로 만든 전기화학 촉매. (사진=UNIST)
효모의 구조와 효모로 만든 전기화학 촉매. (사진=UNIST)

이들은 버려진 효모를 지지체로 삼아 수소와 산소 발생을 촉진하는 두 가지 촉매를 만들었다. 우선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음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루테늄 금속 나노입자와 루테늄 단원자를 입힌 물질을 산소 발생 반응을 위한 양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자철광을 입힌 물질을 각각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음극 촉매는 여러 전기·화학적 성능과 내구성에서 백금 촉매보다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양극 촉매도 이리듐 촉매보다 훨씬 뛰어난 산소 발생 성능을 보였다.

특히 두 촉매를 적용한 물의 전기분해 시스템에서는 일반적인 건전지 수준의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충분한 물 분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이 시스템은 태양전지로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가하지 않고 태양광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했다.

김 교수는 “폐기되는 효모는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재료인 데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물질이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효모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하게 됐고 앞으로 수소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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