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높인다는 비난 이어지자 새 요금제 철회한 배민
-정치권도 가세한 독점·횡포 비난에 불매 운동 움직임
-4조 빅딜 상대 업체와의 합병 이후 독점 논란 더 불거질듯
-공정위 기업 결합 승인 심사 중 도마 위에 올라 합병 적신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새 요금체계 개편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이 나서서 새 요금체계를 철회하며 논란을 점화하는 사유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무산을 우려해서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요금제 개편 밝히다 뭇매 맞고 철회…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앞두고 적신호 

당초 배민은 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김범준 대표가 “새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보완할 대책을 찾겠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냈다. 사측은 새 요금체계 도입 취지가 일부 업소의 광고 노출과 주문 독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수수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회사가 1일 발표한 수수료 체계 개편 내용은 기존 회원 업체당 월 8만8000원씩 받던 정액제에서 주문액의 5.8%를 받는 정률제로 바꾸는 것.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영세업주들이 “당장 수수료가 몇 배로 오른다”고 반발한 이유다. 소상공인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소상공인을 착취하는 독점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배민을 비난했다.

이후 김 의장도 나서 김 대표와 함께 2차 사과문을 내놨다. 10일 이들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요금체계 개편을 백지화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각계의 충고와 업주님들의 질타를 깊이 반성하는 심정으로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라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비난을 받아들여 새로운 요금 체계를 취소한다고 한 김 의장이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의식한 것이 크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 결합 승인 심사 중이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본사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내용으로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함께한다는 내용이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기업 결합 미승인 되면 4조 물거품‧외국계 큰손 투자금 회수 압박 가능성 높아

매각 규모는 무려 4조 8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 주식 87%를 사들이는 조건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을 다수 소유한 세콰이어 등 다수의 글로벌 투자사들도 있다. 공정위에 의해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배민은 빅딜을 놓치면서 투자금 회수 압박도 받게 될 수 있다.

빅딜 소식이 나왔을 당시에도 업계는 공정위의 기업 결합심사 승인 가닥에 부정적이었다. 배달앱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배민이 55.7%, 요기요가 33.5%를 차지한다. 또 배달통은 10.8%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100%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면서 시장 독점 기업이 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쉽사리 승인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은 그간 자영업자를 위한 무상 교육이나 배달 로봇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업계와의 상생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라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것에 더욱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민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요기요에까지 불씨가 옮겨졌다.

기업 가치 하락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일명 애국 마케팅을 하던 배민은 독일계 회사와의 합병 선언으로 ‘게르만 민족’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여론의 배신감을 일으켰던 전력이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이번 수수료 개편 논란 이후 배민을 불매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들도 배달앱 시장의 독점 문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공공 배달앱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홍보팀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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