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가 일감주면 모회사가 ‘꿀꺽’

대방건설 마곡 신사옥. (사진=대방건설)
대방건설 마곡 신사옥. (사진=대방건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그러나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국내 건설 시장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동시에 실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 공정위에서도 부당 내부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통찮은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 건설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 비중 실태를 심층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내부거래 최근 8년새 80%이상 급등

대방건설이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노블랜드’와 ‘디엠시티’라는 브랜드로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 측은 2017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내부거래 비율은 최근 8년새 한 자릿수에서 80% 이상으로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방건설 매출액은 1조1315억원. 이는 역대 최고 매출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또한 전년 대비 각각 71%, 18% 늘었다. 그러나 매출의 78% 가량인 8915억원의 매출을 종속기업과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덕(?)에 재계 일각에선 대방건설이 내부거래로 성장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특히 오너 2세인 구찬우 사장이 취임한 이후 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구 사장이 취임한 2010년 이전까지는 내부거래가 전무했지만, 2011년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에는 80%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내부거래 흐름을 알기 위해선 종속회사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2012년 대방건설의 종속회사는 없었다. 특수관계자로 오직 대방산업개발이 있었고 내부거래 규모 역시 소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3년 6곳의 종속회사가 등록된 이후 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개수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7곳이 추가되며 현재 총 18개의 종속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부거래의 매출처도 상당히 고른 편이다”라고 설명한다. 2014년 이후 관계가 곳곳서 고르게 매출을 거두는 구조도 한결같다. 종속회사의 개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내부거래의 규모도 확대되는 구조다. 대방건설 측은 “계열사가 시행을 맡는 구조 탓에 내부거래 매출이 높아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 (사진=대방건설)

◇사익편취로 수백억 대 배당 취득?

계열사가 시행을 맡고 모회사가 시공을 전담하는 구조는 다소 이례적이다. 통상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쑥쑥 성장하는 구조와는 반대로 대방건설은 되려 모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실적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트렌드는 시행과 시공을 모두 전담하는 구조는 많지 않다. 국내 유수의 대형건설사들만 봐도 시공만 전담으로 맡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전에야 건설사가 이것저것 다 맡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사에 필요한 토지매입과 관련된 비용들이 회사의 부채비율로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1990년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시공 외의 분야를 전담으로 처리할 시행사가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시행사들이 애초에 수백억에 이르는 토지를 사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대개는 시공사인 대형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서 시행사의 투지 구입을 도와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방건설의 종속회사들 역시 대방건설에 일감을 주지만, 또 반대로 대방건설이 종속회사들의 원활한 사업진행을 돕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도대체 모회사가 시공과 시행을 모두 전담하던 기존의 시스템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문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구 사장은 대방건설의 지분 71%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종속회사들의 수익 역시 최대주주인 구 사장에게로 흘러가는 구조다.

실제로 대방건설의 배당액은 2010년 33억원에서 2015년 80억원, 2016년에는 16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전에도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로 인한 고배당 논란은 늘 존재해왔다. 이에 대방건설 측은 2017년부터 배당금을 대폭 줄였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대방건설 홍보팀에 질의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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