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 부족 국가에 ‘의사 수출’
-쿠바 정부, ‘인도주의’ 앞세워 국가이미지 제고

이탈리아로 급파된 쿠바 의료진들.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의료진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전세계에서 쿠바 의료진들을 찾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쿠바 의료진 모셔라” 러브콜 쇄도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의 보건부 장관 줄리오 갈레아는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화를 회상했다. 그는 “환자의 수는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는데 의사가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는 물음을 던지자마자 누군가에게 “쿠바 보건부에 편지를 쓰라”고 조언을 받았던 일화를 떠올렸다. 

그는 즉각 쿠바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달 22일 쿠바는 52명의 의료진을 이탈리아 북부로 급파했다. 현지 주민들도 그들의 원활한 업무환경을 위해 의류 및 식자재를 지원했다는 일화다. 이처럼 쿠바 의료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쿠바 정부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국가들에 의료 인력들을 파견, 지원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그래서일까. 쿠바의 중앙의료협력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이달 초까지 앙골라에서 안도라까지 약 14개국에 걸쳐 총 800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쿠바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의료 서비스’ 수출은 쿠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속에 이뤄진다. 더구나 중남미 각국으로 파견되었던 의료 인력이 현지사정 악화로 고국으로 들어오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쿠바 의료 당국이 운용할 수 있는 인력에 다소간 여유가 생겼다. 쿠바 국영일간지에 따르면 2015년 5만명 가량이던 해외 의사와 간호사 수는 올해 2만8000명으로 줄었다.

이에 쿠바 정부도 의사들을 ‘수출’하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도주의를 앞세워 국가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아울러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9년부터 쿠바의 의료서비스를 지원받은 포르투갈은 1인당 연간 5만5000달러를 지급한다. 베네수엘라는 2만명 규모의 의료서비스의 대가로 석유를 헐값에 제공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서비스는 쿠바 수출의 46%, GDP의 6%를 차지했다.

브라질서 활동하는 쿠바 의료진들. (사진=연합뉴스)

◇인도주의 앞세워 국가이미지 제고

의사들도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모양새다. 쿠바 안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더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실제 쿠바 보건 노동자들의 급여는 유럽 국가들의 75% 수준에 불과하며, 부패한 쿠바 관리들은 종종 의사들의 여권을 빼앗거나 그들에게 줄 급여를 횡령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관행을 이전부터 비판해왔고, 최근까지 쿠바 의사들에게 영주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미국 이민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10년 간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쿠바 의사들의 수는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 코로나19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횡횡하는 와중에 의료서비스의 수출은 자칫 무모해 보일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쿠바에서 만약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이 같은 선택은 분명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이미 50만명이 넘는 쿠바 노인들이  코로나19 테스트를 마쳤다. 현재 쿠바의 누적 확진 건수는 212건에 불과하며, 이는 인구가 비슷한 도미니카공화국의 1284건과 비교해 월등한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화제였던 TV시리즈인 '체르노빌'이 개봉된 후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중독된 아이들을 치료하는 쿠바 의사들의 역할을 홍보했다”며 “쿠바인들은 롬바르디아의 의사들이 언젠가 19세의 영웅으로 보여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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