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액 8년 연속 내리막...30위 권 밑으로 하락
-주택공사 중심 업계서 인지도 큰 문제로 지적

서울 잠실에 위치한 쌍용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쌍용건설의 부진이 다년간 이어지고 있다. ‘해외 고급건축 시공실적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실적이 아니라 낮아진 ‘인지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건설업계는 한번 인지도가 떨어지면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 1조254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8년 연속 감소하는 흐름이다. 2011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좀처럼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공능력순위로도 국내 건설사 중 32위로 밀려났다. 흔히 업계에서는 30위까지를 ‘1군 건설사’로 분류한다.

시평액은 건설사의 시공 능력 전반을 평가하는 수치다. 실적과 함께 경영상태나 전년도의 공사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건설사의 인지도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건설사들의 경우 업종 특성상 상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업체를 비교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현재 유력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만 집중하는 현상도 궤를 같이 한다. 불황 속에 이 시장이 그나마 제대로 된 먹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수주경쟁도 이에 따라 ‘인지도’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특성상 시공능력을 인정받아도 브랜드가 덜 알려진 지방 건설사들의 경우 수도권 진입이 ‘하늘의 별 따기’다.  

쌍용건설이 주택사업을 보강하고자 최근 론칭한 부평의 더 플래티넘 브랜드. (사진=쌍용건설) 

◇글로벌 유가상승 추이 주목

쌍용건설도 그 피해자로 분류된다. 시평 1조클럽을 살펴보면 주택 중심의 건설사는 늘 강세다. 주택경기 호황을 누린 호반건설이 10대 건설사에 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에 반해, 쌍용건설은 당초 국내 건설시장에 뚜렷한 강점도 없었고,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의 지하철 9호선 공사비를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패배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실 쌍용건설의 경우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기업으로 시평액은 해외에서 거둔 성과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핸디캡이 있다. 이런 점에서 다소 억울한 면도 있을 순 있지만 해외 발주처에서도 국내 시평 자료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쌍용건설 측은 이에 대해 “올해 해외시장 수주상황이 나쁘지 않아 흑자전환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적 전망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공사 발주가 줄줄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9개 국가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발주처들이 채산성 우려에 발주를 연기한 경우도 있다”며 “향후 유가상승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플렌트 사업에 큰 비중을 싣지 않아서 유가에는 별 영향이 없다”며 “다만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현장에서 일시적인 셧다운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시평액 측정기준은 아파트만 잘 만들면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라며 올해부터 주택건설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