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찾은 감원 추진 이메일
-배우진 대표 공식 사과문 없어 ‘불통’

유니클로. (사진=픽사베이)
유니클로.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유니클로 전직원에게 감원을 암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발송되며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뒤늦게 구조조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배우진 대표는 입장문 뒤로 숨은 꼴이다.

◇“회장님이 구조조정에 관심이 많다”

모든 내막은 이렇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등에 따르면 배 대표는 2일 인사 부문장에게 보내려던 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배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추진 부탁한다. 2월 기준 정규직 본사 인원이 42명 늘었는지에 대해 회장님의 질문이 있었다”고 작성했다.

이에 에프알엘코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정확한 입장을 표명한 이메일을 보냈는지 여부와 배 대표가 지칭한 회장의 정체에 대한 질문에 “정리해 놓은 내용이 있으니 메일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후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번 일은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잘못 발신된 메일로 인적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며 “일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못해 혼란이 생긴 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안정적인 업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유니클로의 내부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97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배우진 대표. (사진=롯데지주)
배우진 대표. (사진=롯데지주)

◇PR 측 입장문 뒤로 숨은 유니클로 대표

보통 회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부 기업 전문 컨설팅회사도 인력 구조조정을 권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배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말의 소통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했던 정황이 포착돼 직원들의 불안함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이 일로 배 대표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진위여부를 떠나 안정적인 업무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장본인인 배 대표가 책임 지고 직원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심각한 사안임에도 본사는 추가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홍보대행사를 통한 일괄적인 입장문 배포로 대응하고 있어 화를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배 대표가 메일에서 언급한 ‘회장님’의 정체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회장님’은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소유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거나 일본 유니클로 본사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편, 유니클로는 지난해 8월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라는 문구가 들어간 TV 광고로 위안부를 조롱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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