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내려다보며 잡담하듯 회의하는 창의적 업무 환경
-월요일 오후 1시까지 출근하는 4.5일제로 ‘월요병 안녕’
-수직적 문화 아닌 자율적 문화 정착, 타의 추정을 불허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부의 코워크스페이스. (사진=우아한형제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잡코리아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세대가 꼽은 좋은 직장 조건 1위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이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워라밸 정착을 위해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정시 퇴근·업무 집중도 향상·생산성 위주 회의·명확한 업무지시·유연 근무·효율 보고·연가사용 활성화 등의 개선 방침이 담겼다. 2018년 정부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제도를 시행했다. 근로자가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기업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창의적인 업무 공간들 ‘타의 추정 불허’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회사가 창립 10년만에 매출 5000억원을 넘기며 시장 점유율을 선점한 비결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직원들을 배려한 조직 문화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장한 회사답게 조직문화에 대한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복지나 근무 환경만을 기준으로 좋은 회사인지 평가할 수 없다”며 “10년 뒤에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매년 의미 있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며 의미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우선 4.5일제, 주 35시간, 자기 성장을 위한 도서 구입비 지원 등 학부모 구성원을 위한 여러 가지 복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 구성원 간 친목과 소통을 위해 전 부서의 구성원들이 랜덤으로 조를 이뤄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는 ‘우아한 런치’, 한 달에 한 번씩 각 층마다 제비뽑기로 뽑혀 구성원들을 케어하는 업무를 맡는 ‘이달의 피플이’ 등도 운영한다.

임직원들의 가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제도도 있다.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임신기 자율선택 근무’, 남성에게 2주 육아 휴가가 주어지고 임신한 여성에게는 1년의 육아 휴직 및 출산휴가 90일이 보장되는 ‘출산·육아 휴직’, 법으로 보장된 출산 및 육아휴직에 더해 추가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을 부여하는 ‘우아한 육아휴직’, 임직원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 등에 참석할 수 있게 배려한 ‘학부모 특별 휴가’, 본인,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실비보험 등을 지원한다.

이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복지를 위한 복지가 아닌 회사의 성장과 성과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부 코워크스페이스(co-work space)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부 코워크스페이스. (사진=우아한형제들)

◇잡담하듯 자유롭게 소통하는 회의 시간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든 것도 눈에 띈다. 회사 사무실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했다. 과거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모티브로 석촌호수 옆 롯데월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이를 착안해 현재는 올림픽공원이 보이는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사무실은 스포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낸 전설적인 인물들을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실제로 각 층에는 전설적인 ‘스포츠 혁신가’를 배치했다. 배면뛰기라는 ‘역발상’으로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쓴 딕 포스베리, 육상 단거리에서 최초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선보인 토마스 버크, 기술 중심의 피겨 스케이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소냐 헤니, 야구에서 최초로 커브볼을 던진 투수 캔디 커밍스 등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제작된 공간이다. 

창밖 풍경을 보며 잡담을 하듯 자유롭게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는 점도 독특한 우아한형제들의 방식이다. 김봉진 대표는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들면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 된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사무실 책상에 파티션이 없다. 일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음악도 흐른다. 사무실에서도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하려는 배려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 문화로는 관리 개념이 아닌 관심을 주는 사내 문화가 있다. 화려한 복지보다 구성원들 간 기본적인 존중과 애정이 일하기 좋은 문화의 밑바탕이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는 것이 그 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회사는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구성원이 외부에서 듣게 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사측은 안팎으로 크고 좋은 일이나 함께 나누고 즐길 일이 있으면 모든 구성원에게 꼭 미리 알린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취지로 전 구성원이 함께 하는 단체 채팅방도 운영한다. 단톡방에서 구성원들은 수다도 떨면서 공지사항도 공유받는다.

우아한형제들의 대회의실인 트랙방. 창의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의 대회의실인 트랙방. 창의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수직적인 문화 아닌 자율적인 문화 강점

타 기업과 차별된 문화는 또 있다. 일반적인 ‘인사팀’에 더해 ‘피플팀’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피플팀은 마음을 써서 구성원을 살피고 관심과 애정을 쏟는 엄마같은 역할을 한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피플팀의 업무는 구성원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힘들어 보이면 실제로 약을 챙겨 주고 병원에 데려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고민도 들어주고 회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기도 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수직, 수평적인 문화를 지양하고 자율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한다. 김 대표는 ‘자율’이란 자신의 욕망이나 남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원칙으로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우아한형제들은 작고 사소한 규율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일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약속 시간 지키기 같은 사소한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2014년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의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50’에서 중소기업 부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든 항목에서 중소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항목 내용은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급여 및 복지, 워라밸, 사내문화, 경영진 등이다.

이 밖에도 2016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 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2회 일가(家)양득 콘퍼런스’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구성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지켜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기업의 문화는 사람으로 치면 영혼과도 같다. 기업이 사라지더라도 문화는 남아 다음 세대의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된다”며 “지금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기업 로고.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기업 로고. (사진=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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