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엔 피죤’은 옛말된 지 오래

피죤 본사.
피죤 본사.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 피죤 부진의 원인은 ‘오너리스크’

‘빨래엔 피죤’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한때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던 피죤. 하지만 2011년 12월 이윤재 회장 구속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며 LG생활건강 ‘샤프란’에 1위를 빼앗긴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반등의 기미는 안 보인다. 

경쟁사였던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휘청거리던 2000년대 중반 잠시나마 반사효과를 누리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20%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매출 768억원, 영업이익 92억원으로 흑자기조로 돌아섰지만 2009년 1600억원대에 이르렀던 매출액과 비교하면 턱 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피죤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가장 큰 원인은 '오너리스크'다. 이는 결국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2011년 이윤재 회장(87)이 직원을 칼로 찌른 사건이 보도되며 사회적 충격을 줬고, 당시 3억원을 주고 조직폭력배를 고용해 전 임원을 습격했다는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문제의 조폭은 연말, 돌연 변사체로 경찰에 발견되어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장이 전라도 출신은 직원으로 뽑지도 말라고 지시한 사실까지 드러나 한층 체면을 구겼다. 임원들과 헤드헌터들 주변에서 ‘이 회장한테 얻어맞고 합의금 받는 것이 최선의 사퇴’라는 말이 떠돈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검찰 조사에 출석했고, 결국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경영복귀가 어려운 부친을 대신해 장녀 이주연 대표(57)가 사실상 경영의 실세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들 정준 씨가 현지에 건너간 이후 아버지와 누나가 최대주주인 자신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남매의 난’으로 번져있는 이 사건은 경영권보다는 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특이한 점이다. 

부녀지간인 이윤재 회장(왼쪽)과 이주연 대표. (사진=피죤)

◇ 독으로 작용한 피죤의 가계 승계

2017년 검찰이 이주연 대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후 오너일가에 대한 소식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정준 씨가 이미 항소 의사를 밝혔으며 검찰 측도 당초 재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허구헌날 회사 대표일가의 이름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이 달가울 기업은 없다. 이와 관련,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이 대표 역시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으며 ‘조용한 리더십’을 지향한다”는 전언이다.

실제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이 대표의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피죤 노조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이 회장의 경영복귀 혹은 막후 조종설이 끊이질 않았다. 진위 여부에 대해선 당사자들이 더욱 잘 알겠지만 이 회장은 물론 기업으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 분명하다. 피죤의 판매실적도 ‘답보상태’인지라 그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에 반해, ‘동정론’도 있다. 최근 불거졌던 동생과의 배임 논란을 제외하면 이 대표와 2010년대 초반 불거졌던 잇따른 스캔들의 관련성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예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부녀관계다. 따라서 피죤의 가계승계가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이윤재 회장이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었다면 전임자의 부정적인 과거는 선을 긋고 피죤의 새로운 도약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피죤은 전임자의 공과를 모두 끌어안는 길을 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죤이 최근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며 절치부심하는 있지만 깊게 파인 피죤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죤 측은 본지 취재 요구에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키워드

#피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