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 잇따른 투자 실패
- ‘비전펀드’ 최측근들 줄사퇴로 입지 흔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500조원으로 쌓아올린 ‘손정의 비전’이 마침내 저물어가고 있다. 연간 수십조 원을 들여 전 세계 스타트업을 싹쓸이해온 손정의 회장과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휘청하고 있어서다.

최근 5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매각하며 급한 불을 끄려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6일 외신들은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 그가 이끌고 있는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맡고 있는 고위직 인사들이 줄줄이 사임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최근 사임한 런던 지역 파트너인 캐롤라이나 브로차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투자를 담당했던 마이클 로넨 파트너가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데이비드 테브논 파트너, 미셸 혼 최고인사책임자(CPO) 등 고위직들도 최근 비전펀드를 떠났다.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투자 펀드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엔 투자 실패로 허덕이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상장 실패 이후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며 비전펀드가 투자한 수백 개의 벤처 기업들을 강타했다. 기존에 예정되었던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도 줄줄이 연기되며 손 회장의 투자손실도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3월 중순까지 한 달 만에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50%가 급락했다. 이 기간 중 소프트뱅크의 1994년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결국 알리바바 그룹을 포함 자산 매각 계획을 밝혔다.

최대 4조5000억엔(약51조원)의 자산을 팔아, 자사주 매입에 2조엔(약22조원)을 쓰고 나머지는 부채 상환 등 재무 안정화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도 이와 관련해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재정확대로 대응하는 것처럼, 손 회장 역시 현금 확보를 통한 구제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인 이른바 정크 등급 안에서도 Ba1에서 Ba3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최근과 같은 유례없는 하락장에서 자산 매각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쉽게 말해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무디스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야나세 모토키는 “밸류에이션이 하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한 현재의 금융 시장에서 자산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케이 역시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 전략이 확장에서 축소로 전환하는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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