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유상증자 연기에 ‘인수 포기설’
-주관사에 SOS 요청…지원 여부 ‘미지수’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절차가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혔다. (사진=연합뉴스)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절차가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혔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미뤄질 전망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7일 예정이었던 1조40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연기했다.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說 배경 

당초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조1800억원을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의 유상증자가 미뤄지면서 현산의 당초 차입금 상환 일정에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업계가 악화일로를 걸음에 따라 아시아나의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다. 1일 주가는 3370원으로 HDC현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당시(6580원)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7523억원으로 인수 예정가격의 3분의 1규모다. 인수금은 그대론데, 인수대상의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의 부채규모도 커지고 있다. HDC현산이 총 인수금액인 2조5000억원을 납부한다고 해도 타격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부산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각각 1387%, 812%였다.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배 가까이 뛰었고, 에어부산은 10배 가까이 치솟아 자본잠식에 돌입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률은 7.6%까지 떨어졌다. 항공업 특성상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를 운행하지 않더라도 매달 수백억 원의 고정비용이 부담스럽다. 이에 산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정황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 (사진=HDC현산)

◇ 산은에 아시아나 인수지원 SOS?

HDC현산의 최근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앞세웠지만 지난해 분양물량 축소, 복합개발 부진 등으로 현금 창출력이 당시와 비교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의 지난해 전국 분양 물량은 약 6400여가구에 불과하다. 1만9000가구 공급을 예상했던 연초와 달리 3분의 1 수준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개발 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 단위 프로젝트인 광운대 역세권개발의 경우 1년이 넘게 진척이 없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나 착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과거처럼 충분한 자체 유동성에 의지해 사업을 벌이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줄어든 현금성 자산과 주택사업 위축으로 예전처럼 현금자산만 믿고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준의 프로젝트 진행률로는 금융비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결국 HDC현산의 살 길은 산은의 지원 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당장 HDC현산이 추가 부담금액의 50%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추가 부담금액은 인건비나 정비비 등 부대비용으로, 연간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산업은행)

◇ 산은, 인수전 발 뺄까 ‘노심초사’

때마침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대해 유동성 지원의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산은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HDC현산으로서는 협상을 파기하지 않은 채 가격 조정을 통해 적정 인수가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며 “산은이 코로나19로 피해업종을 지원키로 한 만큼 이 부분을 고려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이 울며 겨자먹기로 HDC현산을 도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혹시라도 HDC현산이 인수전에서 발이라도 뺀다면 매각 주관사로서도 입장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조 단위 자금 회수도 문제다. 반면 HDC현산의 경우 인수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만 포기하면 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에 대해 HDC현산 관계자는 “현재 주관 매각사인 산은 측과 이야기 나눈 바 없다”며 “인수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인수대금 납일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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