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민명기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안결

롯데제과 건물 전경.
롯데제과 건물 전경.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계열사 겸직’ 논란에 꼬리 내린 경영인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제과의 정기 주주총회는 27일 열린다. 주요 안건으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민명기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이다. 롯데제과 지분 4.03%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국민연금의 계열사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의식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롯데지주와 롯데제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는 올라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의 롯데제과 지분율이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포기한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보다 낮다. 

롯데그룹은 2017년 말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주요 4개 계열사를 통합한 법인인 롯데지주를 출범했다. 당시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국민연금에 4개 계열사의 분할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롯데의 4개사 분할합병안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롯데쇼핑의 심각한 사업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경영진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롯데지주의 출범에 찬성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시각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업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사전의결권을 공개한 코스피 기업(89곳) 중 사외이사(25곳)과 사내이사(4건)에 대해 반대한 건수가 약 32%에 달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계열사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과 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다만 롯데제과의 사내이사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계열사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과 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다만 롯데제과의 사내이사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따라서 신 회장은 롯데지주에 포함된 주요 계열사들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롯데지주 등기 임원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롯데지주를 통해 사내이사직을 포기한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다. 롯데칠성은 2017년 말부터 새로 출발을 알린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된 계열사 중 하나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등기 임원직을 유지할 방침인데 롯데지주를 통해 사내이사직을 포기한 주요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임기가 끝난 오너 기업인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오른 사유에 대해 “신 회장과 관련된 사항은 지주가 입장을 낸다”면서도 “제과가 롯데의 (국내 진출) 모태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오른 민 대표는 2018년부터 롯데제과 대표직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지난해 매출은 2조811억원, 영업이익은 976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3.2%, 51.6% 증가한 기록이다.

이는 사업이 호황을 맞아서라기보다 국외 자회사의 편입에 따른 결과다. 회사에 따르면 롯데제과 종속법인인 콜슨, 라하트, 유럽 롯데제과홀딩스의 손익이 지난해 최초 반영됐다. 이번 매출 결과는 민 대표의 경영 성적표가 되기 애매한 대목이다.

지난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도 사내이사 안건에 올랐다. 민 대표는 해외 제빵업체를 인수하던 시기, 국내 제빵 사업 정리 과정에서 제빵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도 사내이사 안건에 올랐다. 민 대표는 해외 제빵업체를 인수하던 시기, 국내 제빵 사업 정리 과정에서 제빵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 제빵사들과의 구조조정 갈등 ‘일촉즉발’

민 대표는 2018년 말 미얀마 제빵업체 ‘메이슨’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메이슨 주식 8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규모는 약 769억원이다. 동남아 시장 판로를 넓히기 위함이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롯데제과가 제빵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빵사들의 불만이 새어나왔다.

제빵사들에게 직군 전환, 희망퇴직을 종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빵사들은 거주지 때문에 직군 전환이 어려웠던 데다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이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제과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서 100여 개의 베이커리 매장(프랑가스트, 보네스뻬)을 운영해왔는데 적자 연속이었다.

이에 민 대표가 나서 매장 정리와 제빵사들에 대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강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적절한 보상책과 함께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빵사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했다. 대기업 계열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 

한편, 롯데제과는 2019년 실적에 대한 주주 배당을 4월 24일 진행한다. 배당금 총액은 83억원, 주당 1300원이 배당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증가한 터라 주주로서는 배당금을 올리지 않고 동일하게 책정한 것을 두고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롯데제과 측은 실적 상승 요인이 자체 실적이 오른 것이라기보다 해외 법인 편입에 따른 호실적을 나타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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