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협찬과 공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기업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를 축소·수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진=케티이미지뱅크)
(사진=케티이미지뱅크)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직장가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공기관 및 국내 유수 기업 등은 정부 특별지침에 따라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면 회의·보고를 대폭 축소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할 뿐 아니라 사적 모임을 연기·취소하라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였다. 이에 직원들은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먹고, 저녁엔 곧장 집으로 가고 있다.

언론사들도 속속 ‘재택근무’를 선언하며 업무 풍경이 확 달라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임직원 대부분은 메신저로 소통하거나, 화상채팅을 통해 업무보고를 소화하고 있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홍보팀의 경우도 사람(출입기자)을 만나는 것만 제외하면 재택근무로도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직 기자들 사이에선 감염 우려로 인해 재택근무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는 있으나 업무 효율성에 대해서는 다소 반응이 엇갈린다. 정부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 A씨는 “기자실에서 편리하게 소통하고 작업할 수 있었던 근무환경이 축소돼 불편한 점이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를 출입하는 기자 B씨는 “홍보 담당자와의 의사소통에서 평소에 생기지 않던 거리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본지 기자들도 당분간 출근하지 않도록 하고, 마감 시간을 앞당기거나 즉시 퇴근하라는 등 구체적 지침까지 내렸다. 이에 데스크의 고민은 깊었다. 2월 정기 광고 매출도 급감했다. 앞으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직업 기자 시절부터 ‘특종’ ‘기획’ ‘마감’보다 더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언론’의 위기다. 사실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디지털 파고에 적응할 만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이 급변했다. 또 SNS에 적응할 만하면 유튜브 시대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도대체 많은 언론사는 어떻게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저널리즘이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보다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언론에서 은밀한 기사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 협찬과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기업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를 축소·수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금도 기업의 협찬과 광고비를 대가로 제목을 고치거나, 기사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사의 톤을 수정하는 일은 다반사다. 특히 광고비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관한 기사라면 더욱 그랬다. 올 초 경향신문도 제빵 업계 1위와의 ‘기사 거래’로 구설에 올랐다. 독립 언론 기치를 내건 신문조차 자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인데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언론들의 궁핍한 사정은 오죽할까.

그렇다고 있어야 할 기사 대신 협찬광고로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자들이 기업에 악감정을 가져서가 아니다. 우리의 소박한 바람은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소신 있는 편집권이다. 이제 바람은 ‘소박’하다. 기업의 운영사보다 1년만 더 버티는 것이다. 힘든 보릿고개를 넘을 준비를 해야겠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