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TV 만드는 대면적 OLED 같은 전자소자 제작비 낮출 기술
-비싼 진공 장비 아닌 용액공정만으로 전자소자 만들 수 있어

새로 개발된 광가교제의 역할: 새로 개발된 광가교제(점선 안의 물질)가 유기반도체 고분자를 젤 형태로 만든다. (사진=UNIST)
새로 개발된 광가교제새로 개발된 광가교제(점선 안의 물질)가 유기반도체 고분자를 젤 형태로 만든다. (사진=UNIST)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국내 연구진이 대형 TV를 만드는 대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전자소자의 제작비를 낮출 기술을 개발했다. 비싼 진공 장비 대신 인쇄하듯 전자회로를 찍어내는 ‘용액공정’만으로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24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 대학 자연과학부 김봉수 교수팀이 연세대 조정호 교수팀, 서강대 강문성 교수팀과 공동으로 용액공정만 이용하는 ‘전용액공정’ 방식을 통해 트랜지스터와 논리회로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용액공정에서 발생하던 재료 손상을 새로운 ‘가교제’ 개발로 막은 것이 주 내용이다.

용액공정은 전자소자를 구성하는 재료를 용매에 분산한 뒤 잉크젯 프린터로 찍어 내듯 전자소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값비싼 진공 장비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용액공정 중에 소자를 만드는 재료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보통 전자소자는 서로 다른 재료를 층층이 쌓아 제작한다. 용액공정을 이용하면 적층 과정에서 재료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용매를 제거하기 위한 고열 때문에 재료가 변성될 수도 있다. 이에 용액공정만 사용해 완전한 소자를 제작하는 것이 힘든 실정이었다.

새로운 가교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전용액공정을 완성한 김봉수 교수(왼쪽)와 연구원. (사진=유니스트)
새로운 가교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전용액공정을 완성한 김봉수 교수(왼쪽)와 연구원. (사진=UNIST)

◇ 전자소자 제작비 낮출 ‘전용액공정’ 개발

공동연구팀은 용액공정을 사용하면서도 소자를 이루는 다양한 재료를 보호할 수 있는 ‘가교제’를 개발해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가교제는 ‘다리’처럼 전자소자의 재료(고분자, 금속 나노입자 등)를 이으면서 단단히 잡아 준다. 이에 소자 재료들은 뭉쳐서 적층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기계적 손상에도 버티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교제는 일종의 부도체이기 때문에 많은 양이 첨가되면 전자소자의 성능이 저하된다. 이번에 개발한 가교제는 분자 하나당 결합 가능한 입자가 네 개나 돼 소량만 첨가해도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며 “기존 가교제 대비 1대 10의 양만 첨가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 전극, 절연체, 전하수송체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자 구성 재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은 개발된 가교제를 이용해 전용액공정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논리회로로도 제작해 성능을 측정했다. 이 결과 전자재료의 고유한 전기적 특성이 잘 유지됐고 논리회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김 교수는 “새로 개발한 가교제가 전자재료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전용액공정을 가능하게 했다”며 “무엇보다 전용액공정으로 전자소자를 제작할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성균관대, 한양대연구진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23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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