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기타비상무이사 자격 논란 예고

SK텔레콤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SKT, 기타비상무이사 자격 논란 예고

국민연금이 이통3사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막강하다. 국민연금은 이통3사 모두에 대해 모두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했다. SK텔레콤의 경우 10.82%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주총를 앞두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제36기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7건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중 관심이 쏠리는 사항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과 조대식 SK SUPEX(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건이 주목된다. 그러나 기타비상무이사의 개념에 관해 명시적인 상법 규정도 없고 대법원의 유권해석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사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면서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보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에 대해 자격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타비상무이사 또한 이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회의에 출석해 주로 이사회 제출 의안을 심의함으로써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외이사와 달리 대표이사의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 또는 경영진의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격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두 사람의 재선임 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활발한 가운데 박 사장의 재선임은 이견이 여지가 적은 반면 조 의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SK텔레콤 측에 △조 의장의 재선임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두 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한 터라 주총을 앞두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조 의장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다고 하더라도 안 자체가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몇몇 재계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SK텔레콤과 조 의장에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입을 모은다. 몇 년간을 거슬러 온 악연(?)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SK텔레콤 주주총회 당시 박정호 사장. (사진=연합뉴스)

◇ 조대식 의장 ‘기업가치 훼손 경력’ 주목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재 조 의장의 ‘기업가치 훼손 경력’을 이유로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조 의장은 과거 SK와 옛 SK C&C의 2015년 합병 당시 SK의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당시 양사의 합병을 결정짓는 주총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악연의 시작이었다.

합병비율이 문제였다. SK C&C와 SK의 합병비율은 1대 0.73이었고 SK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연금으로서는 이를 납득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국민연금은 SK 지분 7.19%, SK C&C 지분 6.06%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비율대로 합병이 성사되면 국민연금이 통합 SK법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 뻔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은 무리 없이 통과되었다. 때마침 지분이 0.02%에 불과했던 최태원 SK회장은 합병으로 지분 23.4%를 확보해 지배권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정황을 두고 국민연금이 ‘앙심’을 품었다는 말이 업계에서 파다하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은 이 때부터 최 회장과 조 의장의 선임과 관련된 안이라면 예외 없이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2년 간 조 의장과 최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에 잇따라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올해 같은 이유로 조 의장의 SK텔레콤의 기타비상무이사직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SK텔레콤의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조 의장의 재선임 안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은 높다. 애초 ‘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워낙 까다로웠던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사전의결권을 공개한 89개 기업 중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한 건수가 32%가량이나 됐다. SK텔레콤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8년 윤영민 사외이사·감사위원의 선임을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SK와 SK텔레콤의 사례는 최근 ‘경영권 참여’를 앞세운 국민연금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도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올해 SK텔레콤의 주총 역시 국민연금의 향후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둘러싸고 하나의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는 현재까지 확실치 않다”며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주주들의 반발은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