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포함한 ‘주주 달래기’ 총력전

롯데쇼핑 본사가 있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사진=롯데백화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27일 주총서 대규모 경영진 ‘물갈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롯데쇼핑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사내이사에서 낙마한 터라 신규 사내이사의 선임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시작으로 올해 초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한 롯데쇼핑은 이날 주총을 열고 황범석 백화점사업부장(전무)과 장호주 쇼핑HQ재무총괄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과 함께 이원준 부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기존 사내이사인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유통BU장과 윤종빈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사장)을 포함한 4인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된다. 이와 함께 22일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명의 신규 선임안도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다. 현재 유력한 후보군으로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방에 오르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경영진의 인사이동은 지난해 ‘어닝쇼크’ 후폭풍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인데 신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점은 궤를 같이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3% 감소한 4279억 원이고 매출액도 1.1% 줄어든 17조6328억 원이었다. 순손실액도 85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00억 원 가량 늘었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가계가 신통치 않다. 이미 추진 중인 점포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대규모 점포 정리는 인력 감축이라며 사실상 해고통보와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 역시 “실적 부진에 올해 코로나19 주총을 앞둔 사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며 “신 회장 단일지도체제가 4인체제가 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고 귀띔했다.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롯데쇼핑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진은 제48기 주주총회 입구 모습.
27일 주총을 앞둔 롯데쇼핑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진은 제48기 주주총회 입구 모습.

◇ 국민연금 포함한 ‘주주 달래기’ 총력전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롯데쇼핑의 지분 6.1%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실적이 부진했던 터라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내부 경영진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신규이사선임과 기존이사들의 임기연장에 관해서만큼은 타협이 없었다. 지난해 사전의결권을 공개한 89곳의 코스피 기업 중 사외이사 25곳과 사내이사 4건에 대해 반대한 건수가 32%가량이나 됐다.

전문가들의 경우 이를 두고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롯데쇼핑의 사외이사 선임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 회장이 임기가 끝난 사내이사직을 일찌감치 사임해 ‘실적 책임론’에 대한 지적을 영리하게 피해갈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희태 대표와 윤종민 실장의 임기 역시 내년 3월 말까지라 ‘임기 연장’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실적 책임론’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 주가부터가 지난 한 달 사이 35.9% 폭락했다. 18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7만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인 ‘Baa3‘로 매겼다. 신용등급 전망 역시 지난달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되며 부정적인 시그널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달래기’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향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적자에도 불구하고 주당 3800원을 배당하며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유통업계의 저배당 정책을 지적한 것을 의식한 듯 실적악화에도 배당률을 늘리는 흐름”이라며 “롯데쇼핑도 꽤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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