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부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주목 

오리온 사옥. (사진=연합뉴스)
오리온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허인철 부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주목 

D-1. 오리온 정기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리온은 201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오리온과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로 분할했다. 국민연금은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지분을 각각 5%이상 소유한 주요 주주다. 특히 국민연금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은 약 8%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확대와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퍼지자 오리온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이번 주총의 최대 이슈는 허인철 오리온홀딩스·오리온 부회장과 이경재 오리온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이다. 결과에 따라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제주용암수’를 비롯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여러 신사업을 구상한 허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투명해지면 회사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오리온홀딩스의 배당성향이 10%에도 못 미친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1월19일 기준 오리온홀딩스는 배당성향이 1.38%였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뜻한다.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만큼 돌려줬는 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지난해 오리온홀딩스 배당성향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4.8%이며,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290.2%로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오리온홀딩스는 2017년 지주사 전환을 시작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진 것을 의식해 2018년부터 차등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주주 배당금 250원, 일반주주 배당금 650원으로 차등배당했다. 차등배당은 지분율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가 자신이 받을 배당금 일부를 포기하고 일반주주에게 더 많이 배당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이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너 경영인보다 소액을 지분으로 갖고 있는 자녀들이 많은 배당금을 받으면서 증여세 등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리온 측은 “대주주는 오너 경영인과 그 자녀도 포함됨에 따라 오너 경영인보다 자녀들이 배당금을 많이 받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허인철 부회장(사진)은 신사업의 일환으로 3년간 제주용암수에 공을 들인 뒤 지난해 출시했다. (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은 신사업의 일환으로 3년간 제주용암수에 공을 들였다. (사진=오리온)

◇ 오리온, 경영 성과·배당 정책 ‘빨간불’

국민연금은 허 부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 딴지를 걸 수도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좋은 실적에도 신사업의 성과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을 제과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지난해 매출 호조는 기존 인기 있던 제과에서 주로 발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6% 증가한 32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찍었다. 전체 매출액 규모는 5% 늘어 2조233억원으로 집계됐고 당기순이익은 54% 증가해 22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호조의 비결 중 하나로 허 부회장이 내세운 ‘착한포장’ 마케팅이 꼽힌다.

하지만 신사업 부문에선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선보인 ‘제주용암수’는 이미 경쟁이 과도한 국내 생수시장보다 중국을 공략하고자 했다. 중국 생수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약 20배 넘게 크고 성장률도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일환으로 중국 최대 커피 체인 ‘루이싱 커피’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변수로 인해 중국 진출이 늦춰질 기미가 보이는 등 예상치 못한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오리온은 제주도와 국내 판매 허가와 관련해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리온이 제시한 ‘용암해수 공급 요청’안에 제주도가 잠정적으로 합의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물 사업은 허 부회장이 3년간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정작 원수 공급 계약 문제 등 기초적인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찰해보면, 오리온의 주요 안건들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4139개의 안건 중 16.48%에 반대표를 냈다. 이는 전년(11.9%)과 대비해 반대 비율이 5%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올해는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오리온의 주주로서 지분율 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며 “주총 결과는 공시를 통해 추후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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