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주총서 구현모 사장 선임 최대 이슈
-황창규 회장과 함께 검찰 수사 중 ‘옥의 티’
-KT 새노조, 국민연금 반대 촉구 분위기

구현모 KT 차기 CEO 후보로 인해 KT가  ‘CEO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진은 서울 KT본사 사옥. (제공=KT)
 KT의 이번 주주총회 최대 이슈는 ‘CEO 리스크’다. 사진은 서울 KT본사 사옥. (제공=KT)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주총 D-2 ‘구현모 왕국’ 실현되나

KT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왕국’ 체제를 완성할 작정이다. 주총 안건이 통과되면 KT는 구현모 사장 등이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이와 함께 기존 사내이사 전원을 교체하고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교체될 방침이다. 여러 모로 대규모 인적 쇄신이다. 

구 사장은 1987년부터 KT에서 일한 정통 ‘KT맨’이다. KT의 사업구조기획실과 그룹전략실, 코퍼레이트센터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주로 기업단위 전략과 기획업무 등을 맡아 핵심 실세로 거론되곤 했다. 황창규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에는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정통 내부인사라는 점에서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사라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KT였다. 이석채나 황창규 등 외부 인사가 CEO를 맡을 때마다 KT는 오너 리스크에 시달렸다. 이 전 회장은 정권 교체 1년 만에 검찰 수사를 받다 직에서 물러났고, 황 전 회장은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지금껏 수사를 받고 있다. 반면 구 사장은 내부인사인 만큼 외풍이나 정권 입김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구 사장 역시 현재 황 전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터라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중도 하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KT 이사회는 “구 사장의 중대 범죄 사실이 인정되면 구 사장 측이 먼저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사장. (사진=연합뉴스)

◇ ‘친황창규 인사’에 반발하는 노조

반면 KT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 모아진다. KT 새노조는 일찌감치 국민연금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KT 새노조는 이미 국민연금에 구 사장 선임과 관련해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구 사장의 차기 CEO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 또한 이 대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황창규 인사라는 잠재적 리스크가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에서다. 최근 이통3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한 국민연금은 최근 몇몇 매체를 통해 “주주가치 측면에서 경영진 선임 문제를 엄격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보호 측면에서 구 사장 선임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기타 주주들의 동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분 5.2%을 보유한 3대주주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가 대표적이다. 실체스터 역시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최근 KT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의견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대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 경영참여와 단순투자 두 가지로 보유목적으로 구분해 온 국민연금은 올해 일반투자를 추가해 3가지 분류로 바꿨다”면서 “일반투자를 적극적 경영참여로 보기에는 어렵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참여 목소리는 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현모 사장에게 황창규 전 회장의 이미지가 덧칠해지는 것에 대해 많은 주주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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