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들 ‘예의주시’

유한양행 사옥.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 사옥. (사진=유한양행)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20일 주총보다 더 신경 쓰이는 국민연금

‘많은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존재 자체를 꺼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침묵을 이어오던 국민연금이 갑작스레 오너의 경영 활동에 대해 꼬장꼬장 잔소리를 늘어놓고 반대표를 던지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20일 주총을 앞둔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국민연금이 자사주의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대단히 엄격한 기준 하에 이루어지는 만큼 장기 투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어떤 종목을 보유했는지가 투자 판단에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된다. 대외신인도가 특히 중요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자사 주식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대외적인 신뢰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제약 ‘대장주’인 유한양행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분 10.3%을 보유해 15.5%을 보유한 유한재단에 이어 2대주주 자리를 굳혔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유한양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대주주인 유한학원도 7.6%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반대로 사내의 주요 안건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주총에서 주요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그간 쌓아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유한양행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무너진다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유한양행)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유한양행)

◇ 주총의 핵심 ‘액면분할’ 득 될까 독 될까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액면분할이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 선임 등 기타 이슈들은 묻히는 분위기다. 최근 유한양행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액면가격을 5대 1로 분할하는 안건을 이번 주주총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당초 “유한재단이나 국민연금 등 묶여있는 주식이 많은 탓에 유통주식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20만원 대로 높은 편이었고, 사측으로서는 높은 주가를 낮춤으로써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물론 국민연금 측이 이번 액면분할에 반대할 이유는 적다.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은 주가를 낮추고 따라서 투자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다 주식의 유동성이 활발해지고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로 1주를 50주로 둔갑시키자 이전가지 군침만 삼키던 소비자들이 벌떼 같이 달려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플도 액면분할을 통해 수차례 기업 가치를 불린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보내는 우려의 시선 또한 뚜렷하다. 애초에 유한양행은 삼성전자나 애플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한양행의 주가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 기업 가치에는 변동이 없고 주식 수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괜히 주가만 낮추고 끝날 염려도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증권가 한 관계자는 “워낙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유한양행의 타이밍이 좀 안 맞는 느낌”이라며 “업계가 요즘 액면분할로 효과보기가 쉽지 않다. 4월 액면분할이 현실화될 시 단기적으로 실수요가 주가상승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이 9000억 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20일 주주총회를 앞둔 유한양행.

◇ ‘장기투자’ 매진에 달갑지 않은 국민연금

주가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단기투자자의 증가로 주식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한양행에 대한 투기 성향이 짙어질 수 이다는 의미다. 이 경우 성장가능성과 재무구조에 엄격한 검토를 거친 후 ‘장기투자’에 매진하는 국민연금이 반발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국민연금이 유한양행에 대한 지분을 대거 매각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이탈이 소액주주들의 연쇄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해선 곤란하다. 여러모로 유한양행의 경영진 입장으로서는 국민연금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유력 제약사들을 상대로 ‘장기적 투자수익 제고’보다는 ‘경영의 독립성’에 대해서 강한 목소리를 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공정성 외의 이슈들에 대해서는 아직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경우가 없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 액면분할의 목적은 유통물량을 늘려 소비자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주가 문제는 부가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국민연금을 포함해 주주들의 반대 분위기는 현재까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아쏘시오홀딩스로, 13.56%에 달한다.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의 지분도 13.28% 보유하고 있다. 또 유한양행(12.74%), 종근당(11.37%), 서흥(10.23%), LG화학(10%), 한국콜마(9.39%), 대웅제약(9.27%), 한올바이오파마(9.26%), 녹십자홀딩스(9.14%) 순으로 지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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